영화 ‘돈’(감독 박누리)이 오는 3월 개봉한다. (왼쪽부터) 유지태‧박누리 감독‧류준열‧조우진 /뉴시스
영화 ‘돈’(감독 박누리)이 오는 3월 개봉한다. (왼쪽부터) 유지태‧박누리 감독‧류준열‧조우진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누구나 부자를 꿈꾸지만, 모두가 부자가 될 순 없다. 모두가 갖고 싶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돈’. 돈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영화 ‘돈’(감독 박누리)을 통해서다.   

‘돈’은 부자가 되고 싶었던 신입 주식 브로커 일현(류준열 분)이 베일에 싸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 분)를 만나게 된 후 엄청난 거액을 건 작전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부당거래’(2010)·‘베를린’(2013)·‘남자가 사랑할 때’(2014) 등의 연출부와 조감독을 거친 박누리 감독의 데뷔작이자 배우 류준열·유지태·조우진 등 탄탄한 라인업으로 완성된 ‘돈’은 눈을 뗄 수 없는 스토리와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풍성한 재미를 예고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돈, 인생의 희로애락 담겼다”

연출을 맡은 박누리 감독은 11일 진행된 ‘돈’ 제작보고회에서 “지극히 평범한 한 인물이 어느 날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게 되고 큰돈을 벌면서 범죄에 휘말리고 변모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영화 제목으로 ‘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돈’은 영화의 소재이면서 주제, 그리고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돈’이라는 말은 단순하면서도 원초적인 단어”라면서 “한 음절의 이 단어가 주는 의미가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괴로움이 될 수 있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담겨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돈에 대한 각자의 철학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것처럼 우리 영화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돈’은 영화의 소재이면서 주제, 그리고 주인공이다”고 덧붙였다.

‘돈’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유지태‧류준열‧조우진 /뉴시스
‘돈’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유지태‧류준열‧조우진 /뉴시스

박누리 감독은 관객들이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내게도 저런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질문이 굉장히 오래 남았다”면서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꿈꾸지만 모두가 부자가 될 수는 없지 않나”고 전했다.

이어 “돈이 사람보다 우선시되는 이런 시대에 나와 많이 다르지 않은 평범한 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서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또 그는 “‘돈’은 지금은 평범하지만 언젠간 부자가 되고 싶은 청년 일현과 한 번쯤은 그와 비슷한 꿈을 꿔봤던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면서 “오랜 시간 정성껏 준비한 만큼 많은 분들이 와서 즐겨주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 류준열의 모든 것을 담다!

류준열이 ‘돈’을 통해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뉴시스
류준열이 ‘돈’을 통해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뉴시스

영화 ‘뺑반’(감독 한준희)에 이어 ‘돈’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는 류준열은 부자가 되는 꿈을 안고 여의도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으로 분한다. 류준열은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인 후 변해가는 일현의 모습을 통해 긴장감을 선사하며 이 시대 청춘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류준열은 “조일현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서 남들처럼 취준생 시절을 보내고 어렵게 회사에 입사하는데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인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일현이) 부자가 되기 위해 애쓰는 과정들이 (영화에) 잘 담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분한 류준열은 과거 아르바이트 경험이 일현을 연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여의도 증권사 골목에 있는 큰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면서 “아침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서 카드 찍고 회사에 들어가고, 점심을 먹고 두시부터 네시 사이 쏟아지는 졸음을 참았던 기억이 있다. 직장인들의 패턴을 경험해본 적이 있어서 일현에게 잘 묻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2016)부터 영화 ‘더 킹’(2017)·‘택시운전사’(2017)·‘독전’(2018) 등 장르를 불문하고 실감 나는 연기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축해온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일 것을 예고했다.

박누리 감독은 “조일현은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인물이기 때문에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면서 “류준열 배우가 출연한 작품들을 단편까지 다 찾아서 보면서 정말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얼굴을 한꺼번에 펼쳐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다”고 류준열을 캐스팅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류준열 배우가 갖고 있는 선하고 건실한 바른 청년 같은 이미지가 일현과 되게 닮아있다고 느꼈다”라며 “반면 날카롭고 날이 선 거친 매력도 갖고 있어서 굉장히 다채롭고 풍부한 일현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칭찬해 기대감을 높였다.  

유지태가 ‘돈’을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다. /뉴시스
유지태가 ‘돈’을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다. /뉴시스

◇ 유지태, 익숙하지만 낯선 ‘악역’으로 돌아오다 

베일에 싸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는 유지태가 연기한다. 영화 ‘꾼’(2017)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그는 “좋은 작품으로 찾아뵈려고 조금 더 디테일하게 작품을 봤다”면서 “약간 늦어지게 됐는데 작품 할 때마다 즐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을 하니 자신감도 있다”면서 “잘 될 일만 남았다”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유지태가 연기한 번호표는 브로커들이 번호표를 뽑아 기다릴 정도로 설계만 했다 하면 큰돈을 벌어다 주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그는 번호표에 대해 “전달을 잘 해야 하는 임무가 있어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라며 “돈은 잘 쓰면 선하지만 잘못 쓰면 악해진다. 양면성을 잘 표현한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라고 소개했다.

번호표로 분한 유지태는 목소리와 작은 눈빛 하나만으로도 긴장감을 자아내고, 큰돈을 제시하는 천사와 돈이 삶의 의지가 돼버린 악마의 무서움까지 실감 나게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분량까지 줄여가며 작품에 애정을 쏟았다. 유지태는 “(박누리) 감독님한테 번호표 장면을 최소화해주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었다”면서 “신을 조금 더 줄이는 것이 훨씬 더 매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누리 감독은 “유지태 배우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번호표 그 자체였다”고 회상했다. 박 감독은 “대본을 쓰면서 상상했던 번호표에 대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유지태 배우 말고는 다른 분이 떠오르지 않았다”면서 “실제로 만나보니 정말 대본에서 튀어나온 듯한 느낌이었다. 후광이 비치면서 존재만으로 압도하는 느낌이 들었다. 첫 만남부터 대사를 다 외워왔더라. 무한 신뢰할 수 있었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영화 ‘올드보이’(2003) 이우진 등 여러 작품에서 악역을 연기했던 유지태는 ‘돈’에서도 악역을 맡은 것에 대해 “악역을 여러 번 했었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들도 몇 번 있었다”라며 “그래서 어떻게 하면 기시감을 피하고 번호표에 다른 색을 입힐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사실 시나리오 접했을 때 그 부분에 대해 가장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새로운 인물을 만들려고 했었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면서 “영화에 전형적인 악역이 등장하는데 그 전형적인 악역을 전형적으로 표현한다면 전형성에 머무는 거고 그것에서 스스로 발견하고 새롭게 표현하면 관객들이 분명히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번호표만의 차별성을 주려고 최대한 노력했고, 재창조하려고 노력했지만 판단은 관객의 몫인 것 같다. 극장에서 확인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조우진이 ‘돈’을 통해 다시 한 번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할 예정이다. /뉴시스
조우진이 ‘돈’을 통해 다시 한 번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할 예정이다. /뉴시스

◇ 조우진, ‘밉상’ 차관에서 인간미 넘치는 검사로…

매 작품 분량을 떠나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조우진은 ‘돈’에서 금융감독원의 사냥개 한지철을 맡아 활약한다. 그는 “금융감독원에서 금융범죄를 조사하고 전담하고 있다”라며 “오랫동안 여의도의 실체 없는 신화적인 존재 번호표를 추적하다가 일현이라는 신입 브로커에게서 그(번호표)의 기운과 존재감을 감지하고 조일현을 끊임없이 압박하고 쫓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조우진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채국희)에서 국가 위기 속에서 새로운 판을 짜는 재정국 차관 역을 맡은 데 이어 또 한 번 공무원 역할을 연기하게 됐다. 그는 “가방끈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너스레를 떤 뒤 “‘국가부도의 날’에서는 (악역을 맡아) 신체 많은 부위의 위협을 받는 사람이었다면, ‘돈’에서는 인간적인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우직하게 의지를 갖고 밀고 나가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철저한 캐릭터 분석으로 한지철을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누리 감독은 “조우진 배우와의 첫 만남이 기억이 남는다”라더니 “노트에 깨알같이 캐릭터 분석이랑 아이디어랑 질문을 적어왔더라. 호기심 가득하고 집요한 눈빛이 정말 사냥개 한지철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워낙 많아서 굉장히 디테일하고 매력적인 지철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조우진은 영화 ‘돈’에 대해 “돈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속도감 있고 경쾌한, 장르적 쾌감을 안겨줄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을 향해 “새해 ‘돈’ 많이 받으세요”라고 재치 있는 인사를 덧붙여 취재진에게 웃음을 안겼다. 

‘부자 되세요’라는 인사가 최고의 덕담이 되고, ‘돈’이 인생의 목표가 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돈’은 오는 3월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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