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창당 1주년 기자회견에서 손학규 대표가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창당 1주년 기자회견에서 손학규 대표가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2일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쫓겠다는 기존의 노선을 재확인했다. 최근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당의 노선으로 '진보'를 배제하고 선명한 개혁적 중도보수를 요구한 것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창당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진보를 배제하지도, 보수를 버리지도 않는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인 보수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며 우리의 미래"라며 "이를 함께 아우르는 것이 바른미래당의 길"이라고 밝혔다. 당의 이념 정체성을 중도 개혁이자 중도 통합의 길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어 "중도는 중간노선이 아니다. 그때, 그곳에 맞는 정치, 즉, 역사적으로 시대적으로 옳은 길을 택하는 정치"라며 "경제는 시장경제, 안보는 평화정책을 취하는 것이 중도개혁의 길이다.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것이 중도통합의 정치"라고 부연했다.

유 전 대표는 지난 8일 의원 연찬회에서 "보수도 진보도 다 좋다, 동시에 보수도 진보도 아닌 애매한 입장으로는 국민들한테 지지를 호소할 수 없다"면서 "우리가 경쟁해야 할 상대는 민주당이나 정의당보다는 지금 낡고 썩은 보수에 머물러 있고 아직도 과거에 머무른 자유한국당"이라고 강조했다. 선명한 개혁보수 노선으로 한국당을 대체하는 제1야당으로 거듭나는 단계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유 전 대표가 개혁보수의 가치로 강조한 대목은 외교·안보 분야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우호적인 손 대표와도 가장 거리가 먼 부분이기도 하다.

유 전 대표는 "경제는 먹고 사는 문제이지만, 안보는 죽고사는 문제"라며 "지난 한 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남북정상회담 등이 진짜 평화를 위해서 도움이 되면 적극 지지하겠는데, 아직까지는 불안한 부분이 많고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다고 지적한 것이다.

반면 손 대표는 "보수 쪽에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그 자체를 거의 부정하고 있는 것이 많다"라며 "평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한반도의 길을 추구하는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개혁의 길을 어떻게 버리겠나"라고 반문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보수적 시각보다는 진보적 입장을 취해 견제보다는 지지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 지지율 여전히 정체

손 대표의 중도통합 노선의 성공 여부는 결국 출범 이후 5~8% 범위에 정체된 당 지지율 개선 여부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9·2 전당대회를 통해 손학규 체제가 출범한지 만 5개월이 지났으나 지지율 변화는 현재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지금까지는 당이 내부적으로 통합하고 바른미래당이 민생·평화를 추구하는 정당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이 갖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가 본격적으로 가까이 오고 정치적 변화가 시작되면 중도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바뀔 것이고, 그때부터 바른미래당을 향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가깝게는 금년 상반기 중반부로 본다. 본격적으로는 중반기를 넘어서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보수와 진보를 모두 아우르겠다는 손 대표의 계획은 쉽지 않아 보인다. 바른미래당은 한국당을 이른바 '극우'로 규정하고 있는데, 막상 진보층으로부터의 지지를 한국당보다 낮게 받고 있다.

지난 1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의뢰로 실시해 발표한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자신의 이념성향을 '진보'라 밝힌 응답자의 8.9%가 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을 지지한다는 진보층은 3.3%에 그쳤다. 진보성향이 강한 지역인 광주/전라에서도 한국당은 10.5%로 바른미래당(6.1%) 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조사기간 2월 7~8일. 조사대상 전국 성인 유권자 1,507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5%p. 응답률 6.8%.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지금은 진보가 아닌 보수층 공략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한국당의 5·18 망언 논란으로 여론이 등을 돌리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지금 개혁보수를 선명히 해야 하는 이유"라며 "이제와서 창당 선언에도 없던 진보를 아우르는 당 정체성을 고집하겠다면, 총선을 1년 앞두고 소선거구제 양당구조에 익숙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대국민 계몽운동이라도 하겠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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