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함께한 1년,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열린 바른미래당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당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함께한 1년,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열린 바른미래당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당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바른미래당이 13일 창당 1주년을 맞이했으나 지난해 창당 주역들이 대부분 불참하면서 반쪽짜리 행사에 그쳤다. 특히 최근 당 연찬회 참석을 계기로 정치 일선 복귀를 예고했던 유승민 전 대표가 불참하면서 당 정체성과 노선을 둘러싼 당내 불협화음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창당 1주년 기념식에 불참한 인사는 김관영 원내대표와 유승민 전 대표, 이언주·이혜훈·정병국·정운천·지상욱 의원 등 바른정당 출신, 보수 성향의 이언주 의원,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례대표 3인(박주현·이상돈·장정숙)과 '마이웨이' 박선숙 의원, 이동섭 의원 등 12명이다. 이 가운데 김 원내대표와 정병국 의원은 방미 국회대표단으로 해외출장 중이고, 이동섭 의원은 가정사로 불참했다고 의원실은 전했다.

바른미래당 공동창업주인 유 전 대표가 당의 돌잔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당 안팎에서는 결국 결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손학규 대표는 전날 창당 1주년 기자회견에서 당의 정체성에 대해 "우리는 진보를 배제하지도, 보수를 버리지도 않는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인 보수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며 우리의 미래"라며 "이를 함께 아우르는 것이 바른미래당의 길"이라고 규정했다. 유 전 대표로선 7개월의 잠행을 깨고 참석한 연찬회에서 작심하고 요구했던 '선명한 개혁적 중도보수'가 묵살당한 것이다.

유 전 대표와 손 대표가 외교·안보 분야를 놓고도 큰 입장차를 보이는 것도 분당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손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실정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개성공단이 북한보다 우리나라에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줬다는 현대경제연구원 자료를 거론하며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등 개성공단 재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유 전 대표는 지난해 "5·24 (대북제재)조치와 개성공단 폐쇄는 적절한 조치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8일 연찬회에서도 "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라며 "지난 한 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남북정상회담 등이 진짜 평화를 위해서 도움이 되면 적극 지지하겠는데, 아직까지는 불안한 부분이 많고 두고 봐야한다"고 신중론을 견지했다.

2018년 1월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청년이 미래다' 토크 콘서트에 앞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있다. /뉴시스
2018년 1월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청년이 미래다' 토크 콘서트에 앞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있다. /뉴시스

'함께한 1년, 새로운 도약'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기념식에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의 또 다른 주역인 통합추진협의체 출신 의원인 이언주·정운천 의원도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국민의당 이언주·이태규 의원과 바른정당 오신환·정운천 의원으로 구성됐던 통추협은 당헌당규 등 통합의 실무작업을 담당했다.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라는 당의 간판뿐만 아니라 '대들보' 역할을 한 통추협 출신도 절반이 불참하면서 '함께한 1년'이라는 표현이 무색해진 셈이다. 안 전 대표는 현재 독일출장 중이다.

손 대표가 계속해서 중도통합노선을 고수할 경우 옛 바른정당 출신들의 불만이 결국 폭발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들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패배 이후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당 정체성 중 하나를 기존 합리적 중도에서 합리적 진보로 바꾼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유 전 대표가 선명한 개혁보수 노선을 요구한 상황에서 손 대표가 아무리 대표라지만 당의 정체성을 그렇게 규정해버릴 수 있는가"라며 "분명 당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인데, 손 대표 혼자 다 결정하는 것처럼 놔두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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