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육진흥공단의 황당한 방만경영 문제가 드러나면서 취임 1년을 맞은 조재기 이사장이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게 됐다. /뉴시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황당한 방만경영 문제가 드러나면서 취임 1년을 맞은 조재기 이사장이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뒤늦게 드러난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방만경영이 국민적 공분을 안겨주고 있다. 예산이 남는다는 이유로 음료수를 53만1,100개나 사들인 황당한 내용으로,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조재기 이사장은 망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YTN은 지난 11일 단독보도를 통해 미사리 경정장 내 매점 및 자판기의 음료가 ‘폭탄세일’을 하고 있는 이유를 전했다. 이곳에서는 2017년 6월부터 원래 가격의 절반 수준인 300원에 캔음료가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탄세일의 배경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방만경영이 있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16년 말, 당초 책정된 매점 예산이 남자 무려 2억3,000여만원 어치의 캔음료를 사들였다. 이렇게 사들인 캔음료는 53만1,100개에 달했다. 그동안의 판매 규모 또는 예상 판매량과 무관하게 오로지 예산을 소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비정상적인 발주는 또 다른 문제로 이어졌다. 유통기한은 다가오고, 재고처리는 더디게 진행된 것이다. 2017년 5월 말 캔음료 재고수량은 48만5,000여개에 달했는데, 이 중 26만여개는 연내 유통기한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결국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빠른 재고 소진을 위해 특별판매 계획을 수립했고, 평균 105.4%였던 마진률을 9.2%로 대폭 낮췄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재고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감사 결과, 담당자들은 예산이 남을 경우 성과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이러한 일을 꾸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음료상품 판매 소요기간 예측자료를 짜맞추기식으로 꾸며낸 것도 확인됐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었다. 재고 처리를 위한 폭탄세일은 팔면 팔수록 혈세가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또 다른 납품업체도 지나치게 많은 재고로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없었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불용처리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이 같은 문제를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뒤늦게 파악했다는 점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비정상적인 발주가 이뤄진 것은 2016년 말이고, 2017년과 2018년 내내 ‘폭탄세일’이 이어졌다. 하지만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해 11월 실시한 감사를 통해서야 이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결과가 최종 확정된 것은 지난달 중순이다.

이는 조재기 이사장의 취임 1주년도 씁쓸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취임한 조재기 이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 1년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또한 2019년의 4대 목표 중 하나로 청렴도 1등급 달성을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황당한 수준의 방만경영 실태가 드러나며 수장으로서 망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은 “해당 담당자들은 중징계 절차를 밟고 있으며, 공단이 관리하는 다른 시설에서의 유사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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