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의 국내 오픈이 구체화되고 있다. / 구글 맵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의 국내 오픈이 구체화되고 있다. / 구글 맵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진퇴양난에 빠진 국내 화장품 로드숍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뷰티 편집숍인 세포라의 국내 1호점 오픈이 임박하면서 더욱 치열한 경쟁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 베일 벗는 세포라 오픈 ‘10월 유력’

그간 알음알음 전해지던 세포라의 국내 상륙 계획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세포라는 오는 10월 국내에 매장 두 곳을 오픈하기로 잠정 확정한 상태다. 아직 첫 둥지를 틀 장소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내 뷰티숍의 성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서울 강남대로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유행 1번지’ 강남대로는 최근 아모레퍼시픽(아리따움), CJ(올리브영), 신세계(시코르)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뷰티 편집샵들이 잇따라 리뉴얼하면서 업계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세포라의 국내 진출이 새로운 뉴스꺼리가 되는 건 아니다. 지난해 한 글로벌 구인·구직 사이트에 세포라 코리아에서 근무할 임직원 채용 공고가 올라오면서, 세포라의 한국 진출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경력 10년 이상의 인사 담당자를 모집한다는 해당 공고의 서두에는 “2019년 3분기에 오픈한다는 걸 알리게 돼 기쁘다”며 대략적인 시기까지 밝혔다.

하지만 정확한 ‘달’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세포라가 자문을 얻기 위해 국내 유일의 화장품 전문 연구기관인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측과 접촉했다는 소식도 진출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 H&B도 버거운데… ‘글로벌 공룡’의 습격

글로벌 뷰티 공룡의 국내 진출이 임박하면서 H&B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상하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국내에선 화장품 전문 편집숍이 걸음마 단계에 있어 세포라의 우선 경쟁대상으로 H&B스토어가 지목되고 있다. H&B스토어에서 화장품 매출이 절반을 웃돌고 있어 세포라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진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따로 있다. H&B스토어의 등장에 옛 영광을 잃어버린 로드숍 브랜드들이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세포라가 H&B스토어에 위협이 되는 존재라면, 열세에 놓여있는 로드숍에게도 이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힘의 논리’에 비춰봤을 때 중소‧중견 업체가 대부분인 로드숍은 이들 3개 세력 중 최약체로 평가된다.

화장품 로드숍 부흥을 선도한 스킨푸드는 경영난에 빠진 끝에 지난해 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실적 악화에 빠진 에이블씨엔씨(미샤)는 공격적인 M&A 전략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세대 화장품 로드숍의 전성기를 이끈 토니모리는 2017년 첫 영업손실(19억)을 입는 등 업계 전반이 침체에 빠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세포라가 국내에 진출한다고 해서 로드샵은 물론 H&B업체들까지 당장의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세포라의 진출은) 그만큼 국내 뷰티 산업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 기존 업체들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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