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손학규 대표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모두 아우르겠다"고 당의 노선을 발표한 것을 지적했다. /뉴시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손학규 대표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모두 아우르겠다"고 당의 노선을 발표한 것을 지적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당의 정체성에 대해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모두를 아우르겠다"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는 중도통합노선을 고수하자, 당 지도부 내에서도 불만과 피로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자유한국당이 5·18 망언 발언 관련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바른미래당은 한국당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보수와 진보의 공존' 같은 '뜨거운 냉커피 한잔' 강박관념 속에서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다"며 "보수와 진보의 공존을 누군가는 녹차도 팔고 커피도 파는 두가지 아이템을 파는 거라고 주장하겠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모습이다. 존재할 수 없는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전에 가게에서 어떤 바리스타가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극중온도의 아메리카노'같은 이상한 상품 팔다가 망한 기억을 잊었나보다"라며 "잠시 가게에 안나오던 또 다른 바리스타가 그래도 마지막으로 명예를 걸고 커피 한 번 내려보겠다고 다시 가게를 찾아왔는데, 그가 만들고 싶은 커피는 만들지 못하게 하고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팔겠다고 계속 고집부려봐야 되는 것은 없다"고 꼬집었다.

이 최고위원이 언급한 '예전 바리스타'는 안철수 전 대표를, '잠시 가게에 안나오던 바리스타'는 유승민 전 대표를 빗댄 것으로 해석된다. 유 전 대표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 패배 이후 7개월간 잠행하다 최근 당 연찬회에 참석해 당의 노선으로 '선명한 개혁보수'를 요구했다. 그러나 연찬회는 유 전 대표의 개혁보수와 호남중진의 평화당 통합 문제가 팽팽히 맞부딪치면서 입장차만 부각됐고, 손 대표는 창당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진보를 배제하지도, 보수를 버리지도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이 길어지는 것은 당 지도부가 과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으로 팽팽하게 구성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권은희 정책위의장, 김수민 원내대변인 겸 청년최고위원이 국민의당 출신이고,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과 오신환 사무총장이 바른정당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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