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최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뉴시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최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산증인과도 같은 존재인 정성립 사장이 씁쓸한 마무리를 맞게 될 전망이다. 회사의 심각한 부실을 들춰낸 뒤 경영정상화를 이끌어왔지만, 숙원이었던 인수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성립 사장의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14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가시화된 시점에 나온 갑작스런 사의 표명이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2년 더 남아있고, 대우조선해양이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기에 사의 표명을 향한 시선은 더욱 엇갈렸다. 일각에선 대우조선해양의 진정한 새출발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인수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데 따른 섭섭함의 표시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정성립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산증인이자,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대우그룹의 몰락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 관리 하에 놓여있던 2000년대 초반 처음 사장 자리에 올라 어수선한 상황을 수습했다. 이후 회사를 떠난 그는 2015년 다시 돌아와 전임 사장 시절 쌓인 대규모 부실을 들춰낸 바 있다. 분식회계 등 심각한 부실 및 도덕적 해이가 드러났고, 후폭풍은 거셌다.

그렇게 정성립 사장이 이끄는 대우조선해양은 또 다시 뼈를 깎는 경영정상화 과정을 거쳐야했다. 이 과정에서 정성립 사장은 소형차를 이용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여 직원들의 귀감이 됐다. 또한 묵직한 리더십과 적극적인 수주활동으로 대우조선해양을 비교적 빨리 위기에서 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논의 과정에서 정성립 사장은 철저히 배제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정성립 사장은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인수 관련 MOU 체결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정성립 사장이 다소 이른 시점에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에 대한 섭섭함의 표시로 해석되기도 한다. 회사에 대한 애정이 크고, 평소 ‘조선업계 빅2 전환’을 강조해온 그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에 걸쳐 10년이 넘는 세월을 대우조선해양 수장으로 활동하며 구원투수의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정성립 사장. 하지만 그의 마지막 퇴장에선 쓸쓸함을 지우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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