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행동주의 헤지 펀드인 SC펀더멘털이 감사 추가 선임 등을 요구하는 등 주주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최재호 무학 회장이 2017년 10월 2일 열린 창립 88주년 기념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무학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 펀드인 SC펀더멘털이 감사 추가 선임 등을 요구하는 등 주주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최재호 무학 회장이 2017년 10월 2일 열린 창립 88주년 기념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무학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주류업체인 무학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긴장감에 휩싸였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SC펀더멘털이 감사 추가 선임 등을 요구하는 등 주주제안 내용을 전달해서다. 주주권을 행사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경영 견제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최재호 회장이 이들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SC펀더멘털, 추가 감사 선임 안건 주주제안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C펀더멘털은 이달 초 무학에 배당금 인상과 감사 추가 선임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C펀더멘털은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유명한 곳이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주식 매수를 통해 일정한 의결권을 확보한 뒤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을 기업에 요구하거나 재무구조와 경영 투명성 개선 등을 요구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다. 주주행동주의(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원칙을 두고 있는 펀드다. 주주권 강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무학도 이들 헤지펀드의 타깃이 됐다. 

SC펀더멘털은 페트라자산운용과 함께 지난해 무학의 지분 2% 이상을 매입한 후 이번 주주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학 측은 이달 초 주주제안을 검토한 뒤 배당안을 결정했다. 무학은 보통주 주당 350원을 현금배당하기로 결정했다. 배당금총액은 98억6,540만원이다. 

이는 전년 주당 배당금과 동일하다. 지난해 실적이 악화된 점을 고려하면 기대치 이상의 배당 집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학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연결 매출액은 1,446억8,677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8억9,260만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지배지분 순이익은 56억7,987만원으로 90.1% 줄었다. 전년과 비교해 이익이 크게 줄었음에도 배당금을 전년과 동일하게 집행한 셈이다. 투자업계에선 이같은 배당 결정에 SC펀더멘털의 주주제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제 관심은 ‘추가 감사 선임안’에 집중되고 있다. 무학은 현재 이영수 씨를 상근감사로 두고 있다. 단 무학의 정관에 따르면 감사는 최대 2명까지 선임할 수 있다. SC펀더멘털은 경영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추가 감사 추천을 주주제안했다. 

무학의 이사회에서 이같은 요구를 선뜻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SC펀더멘털이 자사 추천 감사를 통해 경영 의사 결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감사는 등기임원으로서 이사회의 일원이다. 현재 무학의 이사회 의장은 오너인 최재호 회장이다. 최 회장 입장에선 달갑지 않는 경영 견제 세력이 생기는 셈이다.  

◇ 목소리 높이는 주주, 경영 견제 커지나  

이 때문에 업계에선 최 회장이 해당 안건에 대해 적극적인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주총 안건으로 올라온다면 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 회장은 무학의 지분 49.78%(2018년 9월 기준)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최 회장의 지분을 포함한 전체 특수관계인 지분은 51.9%다. 다만 감사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3%만 행사하도록 제한된다. 

무학 관계자는 이번 주주제안 안건과 관련해 “자세히 아는 내용이 없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최 회장의 발걸음은 무거워질 전망이다.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할 수 있어서다. 

무학은 부산·경남, 울산 지역 등을 주요 영업 터전으로 잡고 있는 주류업체로, 대표 소주 브랜드로는 ‘좋은데이’ 등이 있다. 무학은 한때 부산·경남 소주 시장에서 점유율 80~90% 자랑할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그런데 2015년부터 수도권 공략에 집중하는 사이, 안방인 경남 지역에서 입지가 흔들리는 뼈아픈 결과를 맞이했다. 여기에 막대한 판촉비 투자 대비, 수도권 영업 실적마저 신통치 못해 실적 저하로 이어졌다. 최재호 회장은 이 같은 실적 부진의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 회장은 1년간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가 지난해 10월 경영에 복귀했다. 신경영 선포하고 새출발을 다짐했지만 앞길이 녹록지는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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