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당권 레이스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진태 의원으로부터 집중 공세를 받고 있다. / 뉴시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당권 레이스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진태 의원으로부터 집중 공세를 받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당권 레이스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범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부상하면서 보수진영의 기대를 샀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해석이다. 고비도 넘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전달된 이후 지지 세력이었던 친박 표심을 잃게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빗나갔다. 황교안 전 총리를 대체할 인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 황교안의 ‘맹물 발언’ 매를 벌다

관건은 맷집이다. 황교안 전 총리가 정치권 공세에 얼마나 버텨내느냐에 따라 대세론의 향방이 갈린다. 그는 박근혜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차례로 역임하며 체급을 키웠지만 정작 정치에 발을 담가본 일이 없다. 한국당에 입당한지 이제 겨우 한 달을 넘겼을 뿐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제2의 반기문’으로 빗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맷집이 부족하면 도중에 하차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실제 당권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황교안 전 총리에 대한 집중 공세가 쏟아졌다. 비박계 대표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친박 후보의 한계”를 지적했고, 지지 세력이 겹친 김진태 의원은 “어느 한 쪽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어정쩡한 모습”이라며 날을 세웠다. 친박과 비박 진영 양측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셈. 여기서 황교안 전 총리는 ‘빅텐트론’을 주장했다. 통합을 과제로 내세워 “자유우파 진영 모두가 한국당의 빅텐트 안에서 똘똘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비박계 대표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친박 후보의 한계”를 지적했고, 지지 세력이 겹친 김진태 의원은 “어느 한 쪽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어정쩡한 모습”이라며 날을 세웠다. / 뉴시스
비박계 대표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친박 후보의 한계”를 지적했고, 지지 세력이 겹친 김진태 의원은 “어느 한 쪽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어정쩡한 모습”이라며 날을 세웠다. / 뉴시스

당내 공감 여부는 미지수다. 스스로를 ‘추격자’라 말하는 오세훈 전 시장의 공세가 무섭다. 그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황교안 전 총리가 전대에서 승리할 경우 차기 총선에서 실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중도층 확장이 어려워진다고 판단한 것. 무엇보다 황교안 전 총리의 약한 맷집을 우려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야당 대표는 사안이 터지면 빠른 판단력으로 대답하고 책임져야 하는데, (황교안 전 총리는) 그런 트레이닝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 부분에 대해선 김진태 의원도 생각이 다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진행된 2차 토론회에서 협력이익공유제의 찬반을 두고 황교안 전 총리와 공방을 벌이던 그는 “뭘 물어도 황교안 전 총리의 답변은 ‘합의에 의해서’, ‘합리적 원칙을 가지고’와 같은 좋은 말들만 하니 답이 안 된다”며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 여기에 오세훈 전 시장은 황교안 전 총리의 맹물 발언에 “한 번이 아니라 수차례 반복되면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황교안 전 총리로선 최선의 방어로 해석될 만하다.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말실수에 따른 돌발 변수를 줄이기 위한 안전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도리어 양측의 공세는 맷집을 키우기 위한 훈련으로 받아들여진다. 당권 경쟁을 통해 맷집을 키워 대권으로 가려는 게 아니냐는 것. 그의 전대 출마 선언이 사실상 대권 도전 선언이라는데 당 안팎의 이견이 없다. 따라서 황교안 전 총리의 안전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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