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보수정당'을 자임하는 자유한국당을 향한 '극우 정당'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개혁보수'를 내세우는 바른미래당이 대안정당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뉴시스
정치권에서 '보수정당'을 자임하는 자유한국당을 향한 '극우 정당'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개혁보수'를 내세우는 바른미래당이 대안정당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자유한국당이 2·27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5·18 망언' 논란을 비롯해 '극우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보수야당으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이 보수층을 흡수하지 못하는 등 당의 정체성인 '개혁보수'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한국당, 극우의 길 가고 있다"

'한국당이 '극우정당화'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정치권에 쏟아지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은 헌법이 정한 민주주의 가치와 정당의 역할을 부정하고 막말 대잔치를 통해서 극우의 길로 가고 있다. 5·18역사를 왜곡하고 날조한 망언 의원들을 비호하고 감싸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논평을 통해 "태극기부대의 놀이터로 좌지우지되는 (한국당) 전당대회가 참담하다"며 "거꾸로 가는 자한당, 결코 미래는 없다"고 가세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선거제도 개편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민주당의 선거제 개혁안과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이 요구하는 개편안의 내용에 차이는 있으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연결고리로 공동전선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보수야당으로 불리는 바른미래당이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의 '한국당 고립' 전략에 동참하는 것은 한국당을 몰락시켜 보수층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당이 오는 27일 전당대회 이후 '도로친박당'이 되고, 5·18 발언 논란을 빚은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국당은 적폐정당'이라는 공세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반사효과 못보는 바른미래당

문제는 한국당이 5·18 발언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져도 바른미래당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은 6.0%로 지난주보다 0.8%p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당은 28.9%에서 25.2%로 2.7%p 내려갔다. <YTN 의뢰. 조사기간 2월11~15일. 조사대상 전국 성인 유권자 2,513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p. 응답률 6.8%.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처럼 바른미래당이 반사효과를 얻지 못하는 것은 당이 정체성과 노선 등을 놓고 아직까지 갈등을 연출하고 있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유승민 전 대표는 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당의 정체성으로 당초 안철수 전 대표와 약속했던 선명한 개혁중도보수를 요구했다. 앞으로 "국가적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활동을 하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손학규 대표는 공개적으로 당의 정체성을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모두 아우르겠다"고 밝히며 유 전 대표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후 유 전 대표는 연찬회가 10일이 지난 이날까지 환경부 블랙리스트나 손혜원 의원 국정조사 등 현안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창당 1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개혁보수를 요구한 유 전 대표 뿐만 아니라 평화당과의 통합을 주장했던 호남중진 김동철·박주선 의원의 탈당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두 의원 탈당설에 대한 보도는 해프닝으로 밝혀졌다"며 "바른미래당은 정치공학적인 정계개편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체성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면서 이런 해프닝이 발생한 것 자체가 당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드러낸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바른정당 출신 지도부 중심으로 당 정체성을 우선 개혁보수중도로 확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이 큰 정당이면 진보-보수-중도 다 아우르겠다고 해도 말이 되지만, 지금 한 자릿수 지지율 나오는데 우선 지지층 확장 대상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우리를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며 "중도, 보수 쪽에서 일단 힘을 모으고 세를 모으고, 그 세를 갖고 진보 쪽으로 2단계 확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바른미래당은 한국당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보수와 진보의 공존' 같은 '뜨거운 냉커피 한잔' 강박관념 속에서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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