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명이 지난해 실적이 악화되면서 홍재은 대표(사진)의 어깨가 무거워졌다./농협생명 제공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농협생명이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1,1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영업체질 구조 전환 성장통과 투자 손실이 겹치면서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말 취임한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의 어깨는 무겁게 됐다. 

◇ 결국 적자전환까지… 발등에 불 떨어진 농협생명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전년 순이익은 1조2,189억원으로 전년(8,598억원)보다 41.8% 증가했다. 주력인 은행 계열사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농협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2,226억원으로 전년보다 87.5% 늘었다. 비은행 부문에선 NH투자증권과 농협캐피탈이 이익 성장세를 보였다. NH투자증권 순이익은 3,609억원, 농협캐피탈은 47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3.1%, 33.1%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보험 계열사는 힘을 못 썼다. 특히 농협생명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해 지주의 걱정거리가 된 모양새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1,14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854억원) 대비 1,995억원의 이익이 줄어든 수준이다. 

농협생명은 2012년 출범 이래 줄곧 흑자를 시현해왔던 곳이다. 적자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적이 악화된 배경으로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우선 투자손실에 큰 영향을 받았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에 따른 환헤지 비용 확대로 986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또 주가지수 급락에 의한 주식형 자산 손상차손 및 매각손실이 1,451억원에 달했다. 경쟁사보다 회계규정을 보수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손실이 더 커졌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영업 체질 구조 변화에 따른 성장통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농협생명은 새 회계제도(IFRS17)과 감독제도(K-ICS)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부터 저축성 보험의 판매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보험의 위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해왔다. 

이에 따라 수입보험료 기준 보장성보험 비중은 2014년 15.4% 수준에서 지난해 27.6%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사업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라 사업비 부담 증가, 수입보험료 정체 등의 현상이 나타나 수익 저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 추락한 자존심, 올해는 명예회복할까   

농협생명의 연간 실적 부진은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은 268억원으로 71.8% 줄면서 실적 악화가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다만 연간 적자로 이어졌다는 점은 충격적으로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다. 

농협금융지주도 보험 계열사의 부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보험 계열사 회의를 주재하며 직접 경영 관리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취임한 홍재은 대표의 부담도 한층 커진 모습이다. 홍 대표는 지난해 말 임기 만료로 물러난 서기봉 전 대표의 후임이다. 홍 대표는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은행 PE단 단장, 농협은행 자금부 부장,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 부문장 등을 거친 인사로 농협금융 내에선 ‘재무통’으로 통한다. 농협금융은 생명 계열사의 경영 체질을 변화시키는데 필요한 적임자라고 판단, 그를 선임했다. 

홍 대표의 발등에 떨어진 숙제는 수익 개선이다. 체질 개선 이슈도 중요하지만 추락한 실적부터 회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올해 실적 목표를 ‘연간 500억원 순이익 달성’으로 잡았다. 과연 애물단지로 전락한 농협생명의 명예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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