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선거제도 개편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추진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여야 합의정신을 깨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강행할 경우 국회 '올 스톱'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뉴시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선거제도 개편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추진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여야 합의정신을 깨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도 개편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당이 선거제 개편안 당론을 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공감대를 이룬 여야 4당이 페스트트랙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여야 4당 공조 조짐에 한국당은 의원 총사퇴까지 언급하며 맞불을 놓았고, 바른미래당도 민주당이나 민주평화당, 정의당보다는 신중한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게임의 룰'을 정하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같은 '선수'인 한국당을 배제하고 강행할 경우 닥칠 후폭풍이 작지 않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 한국당, 무한 보이콧 시사

선거제도 개편은 여야의 충분한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그동안 정치권의 관례였다. 그러나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을 비롯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관행보다는 법대로 하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1일 선거제도 개혁 실현을 위한 시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선거제도개혁은 그동안 합의를 통해 해왔지만, 아예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한국당이) 합의의 전통을 말할 자격이 없다"며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지정도 합법적인 수단이다. 불법이나 탈법적인 행동이 아니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 5분의 3의 동의를 받으면 추진할 수 있어, 선거제 개편안도 절차적으로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할 경우 가능하다. 그러나 심 위원장 언급대로 게임의 룰을 정하는 선거제 개편은 여야 합의를 통해 해왔던 관행이 있어 이를 무시할 경우 남은 20대 국회 일정이 모두 멈출 가능성도 있다.

당장 한국당에서는 패스트트랙 지정 강행 시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의원총회에서 "선거법은 선거의 룰이다. 여야가 합의하지 않고는 해본 적이 없는 일"이라며 "제1야당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의회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의원직을 총사퇴하고 국정을 '올 스톱'하고 전면전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운다는 '좌파 독재', 인민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유치원 3법, 방송법 개정,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및 탄력근로제 확대 근로기준법 개정, 임세완법, '5·18 특별법 개정' 등 처리할 법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그러나 여야 갈등으로 이미 국회는 2달째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선거제도 개편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추진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여야 합의정신을 깨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강행할 경우 국회 '올 스톱'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사진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뉴시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선거제도 개편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추진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여야 합의정신을 깨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강행할 경우 국회 '올 스톱'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사진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뉴시스

◇ 패스트트랙 지정 후 합의 불발 가능성

선거제도 개편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부의 60일 등을 포함해 법안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 최장 330일이 걸린다. 이 기간에도 여야는 언제든지 협상을 통해 수정안 발의 등을 통해 선거제 개편안을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합의 불발로 판 자체가 막판에 깨질 가능성도 있다.

일단 민주당과 야 3당이 패스트트랙 공조에는 협조적이지만, 각각 주장하는 선거제 개편안 내용이 달라 합의안 도출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의원정수 300석 고정 및 지역구 200석 대 비례의석 100석 ▲준연동·복합연동·보정연동제 등을 주장한다. 반면 야3당은 ▲의원정수 330석 확대 ▲완전한 연동형비례대표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에 총력을 기울이는 야 3당과 달리 급하지 않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17개 시도자치단체장 중 14석을, 기초단체장과 기초선거에서도 과반 이상을 석권하는 등 득표율보다 높은 의석을 확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민주당은 부산에서 약 48%, 서울에서 약 50%를 득표했지만 의회 의석은 90% 가까이 다 가져갔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이 야3당 내에서도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조심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전날(21일) "민주당의 정확한 진의를 파악하고, 패스트트랙 이후 내년 본회의 표결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지, 여야 4당안을 만든다고 할 때 민주당이 어떤 안을 제시할지 등에 대해 앞으로 논의를 하고 민주당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한국당 vs 反한국당 구도

여야 4당이 선거제 패스트트랙으로 공동전선을 펼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지형이 '한국당 대 반한국당' 구도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이 강행되는 과정에서 여야 4당은 한국당을 '시대적 흐름에 반하는 구태정당'이라고 공격할 것이고, 한국당은 반대로 '여야 합의 정신'을 명분 삼아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구도가 재편되면 거대양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던 바른미래당의 역할도 난처해질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특감반 의혹에 대한 특검 추진 등을 놓고 한국당과 공동전선을 펼쳐왔던 바른미래당이 결국 범여권으로 편입되는 모양새가 짜지게 되기 때문이다. 다당제 확립을 위해 꺼내들었던 선거제 개혁안 논의가 오히려 거대양당제 회귀를 부르고 안보·경제·민생 등의 프레임마저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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