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지주사 NXC의 인수전에 엔씨소프트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판교 엔씨소프트 R&D센터. / 시사위크
넥슨 지주사 NXC의 인수전에 엔씨소프트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판교 엔씨소프트 R&D센터. / 시사위크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의 인수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업계 3위인 엔씨소프트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끈다. 사업 스타일이 다른 만큼, 넥슨 인수로 얻을 시너지가 적은데다가, 현재 인수할 자금도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 지주사 NXC의 지분매각 관련 예비입찰에 넷마블과 카카오및 TPG, KKR 등 사모펀드(PEF) 등이 참여하면서 마감됐다. 반면 국내 게임업계 3위인 엔씨소프트는 이번 인수전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는 그간 엔씨소프트가 취한 태도를 고려하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올해 초 넥슨 매각설이 불거진 후 엔씨소프트의 참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일관되게 ‘관심 없다’고 했다. 특히 이달 초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선 인수전 불참을 공식발표하기도 했다. 윤재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콜 당시 넥슨 인수와 관련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업계에선 우선 넥슨 인수에 뛰어들기엔 엔씨소프트의 자금이 부족하다고 내다본다. 현재 넥슨의 지배구조는 국내 설립된 지주사 NXC가 넥슨재팬 지분 47.98%을 보유 중이고, 넥슨재팬이 넥슨코리아 지분 100%를 가진 형태다. 그 중 매물로 올라온 건 김정주 회장이 보유한 넥슨 지주사 NXC의 지분 98.64%로, 경영권 프리미엄 및 여타 관계사 등을 합하면 약 1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넷마블, 카카오 등은 2조원이 넘는 현금·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임에도 재무적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방침이다.

그러나 작년 말 기준 엔씨소프트의 이익잉여금은 2조2,021억원에 달하지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599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3분기 1,307억원에서 크게 감소한 것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해도 엔씨소프트가 영향력를 행사하기엔 힘들다. 

또 엔씨소프트가 넥슨을 인수한다 해도 시너지 효과가 그리 크진 않다는 점도 있다. 우리나라 대표 게임사인 이들은 1세대 게임업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사업스타일은 상당히 다르다.

넥슨의 경우 자체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작품부터 외부개발사 타이틀의 퍼블리싱까지 다양한 게임을 다수 공급하는 반면 엔씨소프트는 굵직한 MMORPG를 중심으로 연간 출시작이 손에 꼽을 정도다.

실제 최근 2년간 넥슨이 서비스(종료 포함)를 시작한 게임타이틀은 PC온라인과 모바일을 합쳐 20개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하나만 선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엔씨소프트는 장기간 서비스 할 수 있는 게임을 심사숙고 해 출시하는 편”이라며 “프로젝트 단계에서 좌초된 것도 많고, 내부 기준이 높아 출시 직전 개발 종료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리니지 이터널’의 경우 2011년 첫 소개 후 수차례 테스트를 거쳤고, 2016년 말엔 티저 사이트와 영상까지 공개됐다. 그러나 현재 프로젝트TL로 변경돼 개발이 진행 중이며, 그동안 개발팀장을 비롯해 팀원도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아이온 등 탄탄한 IP(지식재산권)도 보유하고 있다. IP에 목마른 넷마블, 카카오와는 다르다”며 “넥슨과 시너지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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