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20대 청년층의 지지율 하락 원인을 전 정권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대한 20대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당내 안이한 현실인식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커지자 홍영표 원내대표는 당 공식 회의석상에서 직접 사죄 발언을 했다.

논란이 된 것은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과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발언이었다. 설 최고위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분(20대)들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10년 전부터 집권 세력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 이런 생각을 먼저 한다”고 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냐.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거의 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 교육으로 그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준 것”이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요즘 며칠 동안 20대 청년과 관련해 우리 당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원내대표로서 깊은 유감과 함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지금 20대는 구조화된 불평등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짓눌려 있다. 젊은 세대의 상상력과 활기를 짓누르는 상명하복의 문화에 숨막혀하고 있다. 이것이 20대 청년들의 근본적인 현실인식”이라고 사과했다. 논란이 된 의원들의 발언을 뒤집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20대의 현실인식과 절망감에 대해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다. 당과 정부가 20대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함께 공감하고 노력하겠다”고 거듭 자세를 낮췄다.

설 최고위원도 입장문을 통해 “교육이 인간의 의식과 사고를 규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원인의 한 측면에서 교육·환경의 영향과 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며 “모든 책임은 열악한 교육환경을 만든 나를 포함해 여야 정치권과 기성세대에 있는 것이다. 오해를 불러일으켜 상처가 된 분들이 있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뉴시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뉴시스

◇ 1년 전 남북단일팀·가상화폐 논란 겪고도…

민주당 의원들의 잇단 설화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 청년들의 지지도 하락세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지난 22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2월 3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긍정 41%, 부정 45%로 평가했다. 지난 15일에 발표된 직전 조사인 2월 2주차 여론조사(긍정평가 51%, 부정평가 37%)와 비교했을 때,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날 보도된 리얼미터·YTN 2월 3주차 주간동향에서도 20대의 정부 지지도는 전주 대비 1.1%p 하락한 44.7%를 기록했다. 특히 20대 초반이 다수를 차지하는 학생층에서도 전주 대비 3%p 하락해 39.9%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집권하게 된 정부여당의 입장으로선 20대 지지율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차례의 지지율 홍역을 앓고도 여전히 전 정권 탓을 하며 제대로 된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남북 여자아이스하키단일팀과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논란이 일면서 20대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양상이기 때문이다.

당시 20대는 남북 단일팀을 스포츠의 공정성을 해치는 ‘무임승차’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었고,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자본시장인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가 20·30 청년층에 직격탄이 됐지만, 정부여당의 미진한 대응이 더욱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우리 시대에는 대의를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남북 단일팀 때 ‘공정함’보다는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에 조금 더 무게를 실어도 국민들이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청년들이 어떤 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뼈아프게 느꼈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20대 남성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열었던 같은 당 표창원 의원도 “우리 세대는 가부장적 사회에 살면서 여성들에게 차별을 많이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20대 남성들에게도) ‘남자는 강자니까 신경 덜 써도 돼’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고 기존 청년층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는 점을 토로했었다.

논란이 된 당사자인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중·장기적으로 우리 국민들에 대한 평화와 인권 교육이,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이 이러한 극우 세력이 변화하는데 상당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 제 발언의 요지였다”고 자신의 발언이 왜곡돼 확산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20대 정당 지지율은 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 지지율이 가장 높다. 물론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젊은 세대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집권 여당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의 발언을 마치 과거 교육문제가 최근 당 지지율과 연계돼 있다고 (해석하는) 가짜뉴스와 정당의 주장에 대해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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