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지난해 실적이 감소하면서 업계 1위 자리를 위태롭게 지켜나가고 있다. / 삼성물산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지난해 실적이 감소하면서 업계 1위 자리를 위태롭게 지켜나가고 있다. / 삼성물산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삼성물산 패션’이 주는 이름의 무게가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국내 재계 서열 1위 기업집단 계열사이자, 업계 1위라는 명색이 무색하게 최근 들어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오너 일가인 이서현 전 대표의 퇴진으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져 온 가운데서 시원찮은 성적표를 받아든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애지중지 키워온 브랜드마저 접고 있는 상황에 놓였다.

◇ LF의 맹추격, 1위 입지 ‘위태’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통큰 결정을 내렸다. 올해 초 캐주얼 브랜드 ‘노나곤’ 사업을 중단한데 이어 남성복 브랜드 ‘빨질레리’ 라이선스 사업도 접기로 했다.

지난 2012년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YG엔터테인먼트와 공동 출자해 네추럴나인을 설립하고 캐주얼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4년 K팝의 핵심 고객층인 1020세대를 겨냥한 스트릿웨어 노나곤을 내놓고 단숨에 해외까지 넘봤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사업 첫해에만 16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이후에도 해마다 손실이 2억원씩 늘어나면서 결국 지난 1월 주총을 열고 법인을 해산키로 했다.

장장 20년간 키워온 라이선스 브랜드도 접기로 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빨질레리의 41개 백화점 매장을 올해 상반기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는다는 계획이다. 자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갤럭시, 로가디스 등 보급형 남성복에 비해 빨질레리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 아래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대신 젊은 층에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메종키츠네, 브룩스 등을 보강해 체질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자칫 업계 1위 자리를 내줄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잠시 주춤한 사이 LF가 치고 올라오면서 매출차가 급격히 줄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1조7,500억원 수준이다. 반면 LF는 전년 대비 6.9% 올라 사상 첫 1조7,000억원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년 가까이 사업부를 진두지휘해 온 이서현 전 사장의 공백도 삼성물산 패션부문으로서는 힘이 빠지는 일이다. 그룹의 모태(제일모직)이자 삼성그룹 3남매 중 한 명이 직접 챙기는 회사였던 만큼 그룹 안팎에서 남다른 주목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박철규 상품 총괄 부사장 체제 아래 놓이게 되면서 무게감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실 무근”이라는 거듭된 입장 표명에도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매각설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급변한 회사 사정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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