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우리 국민 중 통신비를 내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통신 기술이 2G에서 3G, 4G로 진화를 반복하는 사이에 통신 서비스는 필수재 성격이 짙어졌다. 통신비는 고정 지출 항목이 됐고, 어느 순간 우리는 ‘통신’ 앞에 순한 코끼리가 됐다. 요금제를 올리면 올리는 대로, 단말기가 비싸지면 비싸지는 대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우리는 ‘250만원 단말기와 10만원 요금제’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이게 정말, 우리의 선택이었을까?

통신 업계가 분주하다. 5G를 송출한 이후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폼팩터(Form Factor)의 단말기까지 등장했다. ‘폴더블폰’이다. 가격은 제조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250~290만원으로 점쳐진다. 혁신기술의 집약체라는 이유다.

제조사의 장기자랑은 마무리됐다. 이제 통신사의 차례가 온다. 올 3월 5G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5G 요금제는 LTE 대비 오를 전망이다. 실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최근 5G 요금제에 대해 “LTE보다 인상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단말기 가격은 20~30% 인상된다. 또 대규모 투자 문제도 있다. 그래도 고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소비자의 생각과 업계의 판단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 25일 C&I소비자연구소와 리서치앤리서치가 ‘5G 통신요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2%가 5G 요금제를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하면서도 ‘LTE 요금제와 비슷하거나 저렴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5G서비스가 상용화될 시 희망하는 통신요금 가격은 ‘월평균 3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결국 5G 통신비는 소비자의 생각과 다르게 책정될 것이다. 10만원에 가까운 신규요금제에 250만원짜리 폴더블폰을 더하면 월평균 20만원에 육박하는 통신비가 나올 가능성도 존재한다. 단말기와 요금제가 동시에 오르는 탓이다.

혹자는 더 저렴한 선택지를 택하면 된다고 말한다. 중저가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저가 요금제를 사용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길들여진 상황이다. 통신업계는 그간 전략적인 마케팅 방식으로 소비자가 ‘고가 요금제’와 ‘고가 단말기’를 선호하도록 만들었다. 지난해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통신사는 7만원 이상의 고가요금제에 판매점 장려금을 집중했고, 저가요금제 혜택은 축소했다. 또, 3만원대 요금제와 6만원대 요금제 간 데이터 격차를 83배 가까이 늘리는 방식으로 고가요금제를 유도했다. 소비자에 수십만원 상당의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며 이른바 ‘대란’을 일으킨 마케팅 역시 고가의 최신 스마트폰 구매자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야생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 코끼리가 새끼일 때부터 발에 쇠사슬을 채우고 기둥에 묶어둔다고 한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새끼 코끼리는 쇠사슬이 없어도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다.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한 때 월 3만원 요금제와 출고가 80만원 스마트폰을 사용한 시절이 있었다. 이제 그 때의 소비자는 없다. 통신업계의 구미에 맞게 잘 다듬어진 2019년도 소비자만 남았다. 그리고 우리는 ‘250만원 스마트폰과 10만원 요금제’ 시대를 앞두고 있다.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낮출 키는 소비자가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통신비 부담을 완화시킬 주체는 누구라는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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