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대는 물론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거제시민들까지 매각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시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대는 물론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거제시민들까지 매각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 사면초가에 빠졌다. 현대중공업에 이어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까지 ‘밀실 매각’ 반대를 선언한데 이어 거제 시민들까지 들고 일어섰다. 또한 대우조선해양 ‘갑질’ 피해 하청업체들은 피해보상 논의가 진행되기 전까지 매각을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 “밀실·졸속 매각 중단하라”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있는 KDB산업은행 앞에서 상경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산업은행과 정부, 현대중공업이 밀실협상을 통해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매각 사실을 통보하고, 그 과정에서 당사자의 하나인 노동자는 완전히 배제됐다.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친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다시 세계 수주 1위를 탈환한 것은 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결과임에도 산업은행과 정부, 현대중공업은 노동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파업을 통해서는 일자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망발까지 일삼으며 노조 혐오주의를 앞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정문 앞에서 대우조선 매각 저지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정문 앞에서 대우조선 매각 저지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노조는 “대우조선 매각은 비리로 얼룩진 경영진의 문제로 봐야한다”면서 “현대중공업에 떠넘기는 매각은 지역 경제와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까지 좀먹는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과 조선통합법인을 합작 설립하는 방식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하는 내용의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이후 현대중공업 노조가 인수 반대 투쟁 파업을 가결하고, 뒤이어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대우조선 매각이 결정된 후 양사 노조뿐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갑질 피해 하청업체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대우조선해양은 공정위로부터 하청업체 갑질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하청업체들은 공정위로부터 피해가 인정된 만큼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던 와중에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확정됐다.

이에 하청업체들은 최근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산업은행 관계자들과 면담도 진행했다. (관련기사: [단독] 산업은행, 대우조선 갑질 피해 하청업체들과 첫 면담 진행)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공정위 결정에 불복하자 산업은행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하청업체들의 주장이다.

이에 25개 업체로 구성된 ‘대우조선해양 갑질피해 하청업체 대책위’는 지난 25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대우조선해양 매각 전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갑질 피해 하청업체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27일 오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대우조선해양 갑질 피해 하청업체들의 청원글.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27일 오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대우조선해양 갑질 피해 하청업체들의 청원글.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대책위는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불법 경영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해왔고, 공정위 결정이 나온 후에도 피해자들을 이중으로 죽이는 행정소송 제기를 방치하고 있다”면서 “하청업체들은 공정위 결정만 기다리고 목숨을 부지해왔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매각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관심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 거제 시민들, ‘혼란’ ‘불안’ 호소

경남 거제시도 혼란과 불안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27일 거제시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대응 방안에 대한 시민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70여개 지역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는 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는 직영 인력만 9,700여명, 협력사 직원은 1만7,000명 이상이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거제시 경제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동종업계에 매각되는 만큼 구조조정은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노동자와 지역 시민들도 참여하는 ‘대우조선해양 주인 찾기 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이를 위해 변광용 거제시장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 지켜보고 있던 거제시민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산업은행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26일 산은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상경투쟁과 관련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다소 과격한 모습 등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파업으로 일자리가 지켜지고 기업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데모하지 말고 노조 대표급이 나오라”면서 “대표급이 오면 제 사무실에서 만날 수도 있고 제가 직접 조선소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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