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회장의 셀트리온이 150억원을 투자해 만든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흥행에서 참패를 면하지 못하게 됐다. / 뉴시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서정진 회장의 셀트리온이 150억원을 투자해 만든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흥행에서 참패를 면하지 못하게 됐다. / 뉴시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뼈아픈 실패를 맛보게 됐다. 15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철저한 외면을 받으면서 자신의 성공신화에 생채기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 관객‧평단의 외면, 충무로 흑역사로 남나

‘폭망’이라는 말이 결코 과한 게 아닐 듯 싶다.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흥행에서 완전히 참패하게 됐다.

개봉 6일째를 맞은 이 영화의 누적 관객수는 15만명. 영화 ‘극한직업’이 개봉 첫 날에 거둔 성적(37만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의 저조한 스코어다. 624개로 출발한 스크린 수는 일주일도 안 돼 560여개로 감소했다. 예매율은 0.6%로 7위(4일 오후 기준). 3일 뒤 올해 상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캡틴 마블’이 개봉하면 이마저도 지키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30만명 달성도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자전차왕 엄복동의 실패는 흥행 참패의 역사를 쓴 앞서의 작품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충무로의 흑역사’를 돌아볼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이 영화는 110억의 돈을 들이고도 전국 관객 14만명(업계 추산)을 모으는 데 그쳤다. 엄복동이 40억의 제작비가 더 투입된 대작임을 감안하면 막상막하 수준이다. 최근작에 속하는 영화 ‘리얼’(제작비 115억‧관객수 47만명)의 경우가 나은 편으로 비춰질 정도다.

관객 뿐 만 아니라 평단으로부터도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다. 단순히 반일감정에 의지해 신파적인 연출과 전개로 가득 찬 이 영화에 대해 평론가들은 ‘시대를 역행한 작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예술적인 요소가 배제된 ‘쌍팔년도 국뽕영화’라는 날선 혹평도 오가고 있다.

◇ “돈 벌려고 만든 영화 아냐”… 서 회장의 진심?

이 같은 세간의 평가와 달리, 자천차왕 엄복동은 서정진 회장에게 있어 각별한 의미를 가진 영화다. 셀트리온 그룹이 전사적인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작품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가 처음으로 직접 제작한 영화이며, 투자비 전액도 계열사(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스킨큐어)에서 조달했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부문 대표직을 맡고 있는 배우 이범수는 조연으로 직접 출연했다. 서 회장은 출연 배우들과 함께 무대인사를 다니며 홍보에 일조했다. 에이(A)부터 제트(Z)까지 셀트리온의 손을 거친 셈이다.

서 회장은 시사회 후 관객 반응을 감지했는지 “돈 벌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며 다소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자전차왕 엄복동은 2017년 크랭크업을 하고도 향후 일정을 잡지 못하다 3.1운동 100주년에 맞춰 개봉할 정도로 치밀하게 제작‧기획된 상업영화다. 한국 영화 최고 수준의 제작비가 투입됐다는 점도 서 회장 발언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10억원의 순제작비를 들여 같은 날 선보인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가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는 건 많은 걸 시사한다.

엄복동의 실패는 영화 제작에 관여한 계열사들의 재무적 부담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제작과 배급을 맡은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의 2017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5% 감소한 6억원에 그쳤다. 투자를 담당한 셀트리온스킨큐어는 5년 연속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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