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의 평가 및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의 평가 및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 및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합의문 서명이 무산된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는 것이 안건이었다. 이는 반대로 해석하면 청와대가 협상 결렬에 대한 이유를 아직까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실제 북미정상회담 당일 청와대는 합의문 서명을 전제하고 움직였다. 북미정상회담이 끝나면 안보라인을 교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실제 오전 11시 안보실 1차장과 2차장 교체를 발표했다. 공식오찬이 취소됐다는 보도가 나오기 직전 춘추관을 찾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4시쯤 서명식이 있는데, 대통령께서 참모들과 함께 회담 결과를 보실 것”이라고 했다.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날 줄 청와대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방증이다.

◇ 예상치 못했던 미국의 ‘빅딜’ 제안

합의문 서명이 결렬된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관여가 꼽힌다. 대북 강경파로 꼽히는 볼턴 보좌관은 당초 이번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하노이 도착사실을 밝혔고, 확대정상회담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매파의 참석에도 불구하고 북미 간 합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정상회담을 높게 평가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틀린 분석이 됐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종대 의원은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처음부터 (회담을) 깨려는 의지는 없었다. 27일 만찬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합의문도 나와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한 때 서명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못 보던 인물이 툭 튀어나왔다. (볼턴 보좌관은) 추가 핵사찰, 리비아식 모델을 제기하면서 우라늄 농축시설을 지적했던 사람이다. 이틀째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존 볼턴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풀이했다.

볼턴 보좌관도 자신이 북한에 ‘플러스알파’를 요구한 당사자임을 인정했다. 3일(현지시각)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는 “‘빅딜’ 문서를 북한 측에 제시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북미회담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와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의미하는 빅딜을 북한이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빅딜’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무기는 물론이고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까지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존 볼튼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빅딜'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AP-뉴시스
존 볼튼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빅딜'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AP-뉴시스

◇ “북미 입장차 정확히 확인하라”

문제는 청와대 안보라인이 이를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27일 김의겸 대변인은 “협상의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이 스몰딜 빅딜이라는 용어 자체를 쓰지 않는다”며 “스몰딜과 빅딜은 무 자르듯 자를 수 있는 개념이 아닌 연속적인 개념이고 빅딜 안에 스몰딜이 포함된 것”이라고 했다. “리비아식의 변형된 형태로 (빅딜) 개념을 쓰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더 이상 그 용어와 개념을 쓰지 않는다”고도 했다. 북미협상과 관련해 미국 내부의 기류와 청와대의 전망이 크게 달랐던 대목이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볼턴 보좌관과 수시로 통화하며 “물 샐틈없는 공조”를 자신했으나, 결과적으로 한미 간 온도차가 드러난 셈이다.

물론 청와대 입장에서는 합의를 충분히 기대할만한 상황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합의문 초안이 있었으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회담을 양 정상이 ‘빈손’으로 마무리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대통령의 판단을 보좌하는 참모들이라면 지나친 낙관론을 자제하고 플랜A부터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하고 대비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는 양 정상이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 이번에 미뤄진 타결을 이뤄내기를 기대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도 다시 중요해졌다”면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그 입장의 차이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그 입장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해 5월 북미대화 위기를 겪었던 때보다 쟁점이 복잡하다”며 “정확한 상황파악과 정확한 중재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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