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4일 국회 보이콧을 철회하고 3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면서 두 달간 휴업상태던 국회가 정상화 단계에 들어간다. 사진은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비공개 원내대표회동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4일 국회 보이콧을 철회하고 3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면서 두 달간 휴업상태였던 국회가 정상화 단계에 들어간다. 사진은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비공개 원내대표회동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국회가 두 달간의 휴업을 접고 마침내 문을 열게 된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낳은 손혜원 무소속 의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2월 국회를 보이콧 했던 자유한국당이 3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키로 결단하면서다.

한국당이 민주당의 손 의원 국정조사 거부에도 국회 정상화에 동의한 것은 앞서 예고했던 입법 투쟁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고, 황교안 대표 취임으로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한 것도 투쟁 장소를 국회 내로 바꾸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4일 원내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 이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희 스스로 결단을 내려 국회를 열기로 했다. 오늘 안에 국회 소집요구서를 내겠다"며 "책임 있는 야당으로서 더 이상 여당에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으로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국가안보가 초유의 상황에 들어가고 있고, 일자리 재앙에 양극화 대참사가 발생했다"며 "경제나 안보 등의 분야에 있어서 국정 난맥상을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안보·정치·비리에 대해 '4대 악정'으로 규정하며 입법 투쟁과 진상규명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나 원내대표가 이번 3월 임시국회의 핵심 쟁점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 ▲주휴수당 조정 ▲최저임금 개선 ▲남북협력기금법 개정 등을 꼽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은 국회 보이콧을 해제하며 일단 한발 뒤로 물러났지만, 손 의원 국정조사 혹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3월 임시국회가 소집돼도 민주당이 언급하는 '정쟁 국회'가 언제든지 열릴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한국당의 결정을 반기는 것은 이들 역시 더이상 국회 문을 닫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국회 파행의 책임을 한국당에 돌렸으나, 여당으로서 각종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당내 의원들의 '20대 비하' 및 '제3당 폄훼' 발언으로 비판을 받고 있으며, 기대감을 조성해왔던 2차 북미정상회담도 결렬되면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의 결단을 높게 평가하고, 국회가 정상화돼서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3월 국회를 통해 그동안 미뤄왔던 시급한 민생입법, 개혁입법을 최대한 빨리 처리해 국회가 일하는 국회로 다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편안 처리를 위해 3월 국회 소집이 절실하다. 오는 15일은 내년 총선을 앞둔 선거구획정안 마련 법정 시한인데, 여야는 아직 선거제 개편안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또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강행한다고 해도 최장 330일이 걸려, 오는 15일까지는 이를 처리해야 한다.

다만 손 의원 국정조사 및 청문회라는 핵심쟁점이 남아 국회가 재차 파행될 가능성도 있다. 이 외에도 향후 3월 임시국회의 구체적 의사일정 등 세부사항을 조율해야 하는 고비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이 제가 낸 중재안(손혜원 청문회)을 수용하겠다는 것까지 됐지만, 민주당이 여전히 조건 없이 국회를 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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