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은 사립유치원의 개학 연기 투쟁에 강경 대응을 예고하며 한유총과 전면전에 나섰다. / 뉴시스
교육당국은 사립유치원의 개학 연기 투쟁에 강경 대응을 예고하며 한유총과 전면전에 나섰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전국 유치원들의 개학하는 날, 정부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다시 한 번 부딪혔다. 개학 연기에 대한 서로의 해석이 달랐다. 한유총은 정부의 사유재산 침해에 따른 투쟁으로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한유총의 에듀파인(국가회계관리시스템) 도입 거부로 받아들였다. 양측 모두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고, 한유총은 “사태 해결은 교육부 결정에 달려 있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 개학 연기 투쟁 하루 만에 두 손 든 한유총

정부는 단호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일 오전 용인교육지원청을 찾아 사립유치원의 개학 연기는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이자 “명백하게 불법적인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용인은 개학 연기 방침을 밝힌 사립유치원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대란이 예상되는 현장에 교육부 수장이 직접 방문해 협상 불가 방침을 밝힌 것이다. 실제 당국은 이날 교육지원청, 주민센터, 파출소 직원 등이 모든 사립유치원을 방문해 정상 개학 여부를 확인했다. 문을 닫은 유치원에는 즉시 시정명령을 내렸다.

뿐만 아니다. 당국은 다음날에도 문을 열지 않은 유치원의 경우 형사고발과 우선 감사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을 세웠다. 유치원은 교육기본법과 유아교육법상 엄연한 학교인 만큼 학사 일정이 한유총의 주장처럼 원장 권한이 아니라 유치원운영위원회 자문을 거쳐야 한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에 대한 강제해산 관련 세부 사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조희연 교육감의 경고대로다. 한유총은 서울시교육청의 허가를 받아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이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 투쟁 하루 만에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수일 내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 뉴시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이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 투쟁 하루 만에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수일 내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 뉴시스

한유총에게 불리한 형국이다. 설립허가 취소 시 정부에 협상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 자체 집계 결과 1,533곳이 개학 연기에 동참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과 달리 정부가 확인한 개학 연기 유치원은 239곳에 그쳤다. 아이들을 볼모로 한다는 비판적인 여론과 범정부 차원에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데 대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유은혜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정부는 유치원 개학 연기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세심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유총은 억울한 표정이다. 많은 유치원들이 개학 연기를 철회한 것에 대해 “정부 압박을 버텨낼 개인이 많지 않다”고 볼멘소리를 내면서도 “이탈자가 발생했지만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실패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알려진 것과 달리 에듀파인 도입 거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당국은 한유총이 정부와 대화할 의지가 있다면, “조건 없이 에듀파인을 수용하고 즉각 개학 연기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에듀파인은 사립유치원 회계 업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제시된 방안이다. 

폐원까지 고려하던 한유총은 결국 개학 연기 투쟁을 중단하기로 했다. 투쟁 하루 만이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이 학부모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에 정상적인 복귀를 주문했다. 그는 수일 내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예상된 결과로 해석했다. 이덕선 이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한유총에 가해질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 앞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지난해 국감 때부터 사립유치원 개혁을 주도해왔다. 

이덕선 이사장은 횡령·배임, 국감위증 등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하지만 “고발장을 접수한지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검찰에서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게 박용진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수사의 첫 단계인 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면서 “더 이상 수사를 미룬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이덕선 이사장으로선 자신의 결백 증명이 먼저다. 한유총의 투쟁에 동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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