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개특위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제도개혁 패스트트랙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심상정 정개특위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제도개혁 패스트트랙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선거제도 개편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논의가 사실상 막바지 단계에 도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6일 자유한국당에 이번주까지 당론을 채택해 정개특위에 보고하지 않을 경우 패스트트랙 강행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심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실상 법정시한을 넘긴 선거제도 개혁도 이제 결론을 낼 때가 됐다"며 "한국당이 끝내 선거제도 개혁을 외면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오는 10일까지는 선거제도 개혁의 확고한 실현 방도를 제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당론도 없고 책임 있는 계획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까지 한국당의 이런 태도는 사실상 선거제도를 개혁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패스트트랙은 선거제도에서처럼 한국당의 몽니를 견제하라고 만든 합법적인 책임수단"이라며 "한국당 패싱이 아니라 한국당의 선거제도 패싱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위원장이 이번주를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은 오는 15일이 선거구획정안 제출 법정시한이기 때문이다. 2·27 전당대회 등을 고려해 한국당에 충분한 시간을 줬음에도 당내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는 점과 패스트트랙 강행 시 한국당 내에서 의원직 총사퇴 등 강경한 반응이 나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심 위원장은 "한국당 일각에서 '선거제개혁을 패스트트랙에 올린다면 의원직 총사퇴를 불사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한마디로 '방귀 뀐 놈이 성낸 격'"이라며 "그동안 승자독식의 선거제로 가장 큰 수혜를 입었음에도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불신받는 데 책임 있는 당사자가 바로 한국당"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각각 당론으로 선거제도 개편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의원정수 300석 고정(지역구 200석 및 비례의석 100석)과 준연동·복합연동·보정연동제 등을, 야 3당은 의원정수 330석 확대와 완전한 연동형비례대표제 등의 내용이 담긴 선거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두 안은 의원정수나 비례대표 의석 연동 수준에서 차이가 있으나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선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만큼, 여야 4당은 법정시한인 15일 전까지 4당 합의안 도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심 위원장은 이날 "선거제개혁과 함께 처리할 패스트트랙 패키지 법안의 범위와 선거제개혁 단일안을 놓고 여야 4당 내에서 명쾌한 정리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각 당이 7일까지 의총을 통해 입장정리를 끝내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4당도 현재 논의 중인 선거제개혁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방안에 대해 이번 주 내로 확정해달라"고 당부했다.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운영방향 논의 등을 위한 정개특위 간사회의에서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자유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운영방향 논의 등을 위한 정개특위 간사회의에서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자유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패스트트랙, 한국당이 선거제 당론만 정하면 중단?

다만 심 위원장의 요구대로 한국당이 이번 주 내에 선거제 개편안 당론을 채택하고 이를 정개특위에 보고한다고 가정해도, 패스트트랙은 강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선거제 개편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야 3당의 핵심요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인데, 한국당은 이에 부정적이라 당론을 채택해도 '비(非) 연동형 비례제' 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연동형 비례제는 결국 초과의석이 발생한다. 330석이라고 하지만 나중에 400석도 될 수 있다"며 "국회의원 의석수를 늘릴 수 있는, 한마디로 '세금 잡아먹는 하마'가 될 수 있는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장제원 정개특위 한국당 간사도 그동안 개인의견을 전제하면서 ▲의원정수 유지 ▲도농복합제(도시 지역 중대선거구, 농촌 지역 소선거구) 등을 주장했으며, 이번에 수석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입성한 조경태 의원은 대표적인 비례대표제 폐지론자다.

심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4당이 합의해 선거제개혁을 패스트트랙에 올리자는 제안이 온다면 위원장으로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야 3당이 한국당의 선거제 개편안 당론 미채택을 비판하고 있지만, 개편안을 내더라도 연동형 비례제가 아니면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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