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터쇼가 오는 29일 대망의 막을 올린다. /뉴시스
서울모터쇼가 오는 29일 대망의 막을 올린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년 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서울모터쇼가 오는 3월 대망의 막을 올린다.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와 각종 부품사, 미디어, 그리고 자동차에 관심 있는 일반 관람객들이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다. 하지만 올해 서울모터쇼는 기대보단 우려의 시선을 더 받고 있다. 갈수록 낮아지는 위상과 규모, 관심 때문이다.

모터쇼의 꽃은 신차 공개다. 베일에 가려져있던 신차가 많이 공개될수록 더 많은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고, 그만큼 위상이 높아진다. 하지만 올해 서울모터쇼가 준비 중인 신차는 22종이다. 직전인 2017년 42종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신차 공개의 질적 수준도 기대를 떨어뜨린다.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신차는 단 2종뿐이고, 그마저도 1종은 콘셉트카다. 모두 국내 자동차업계 맏형 격인 현대자동차가 공개할 예정이다.

전체 전시 규모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17년엔 완성차 브랜드 27곳이 참여해 300여대의 차량을 선보였다. 올해는 20곳만 참여해 100여대가 전시될 예정이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을 비롯해 볼보, 포드, 캐딜락 등 수입차업계가 줄줄이 불참한다. 자동차의 가장 핵심적인 부품이라 할 수 있는 타이어업계도 만날 수 없다.

잔칫상부터 풍성하지 않다보니 찾아오는 손님도 감소 추세다. 2015년과 2017년엔 약 60만 명대의 관람객들이 서울모터쇼를 찾았다. 과거 100만 명이 넘던 시절과 비교하면 이 역시 아쉬움이 남는 숫자다.

원인은 간단하다. 한국의 시장 규모를 고려했을 때, 수입차업체의 서울모터쇼 참가는 다소 부담스럽다. 쉽게 말해 가성비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비용도 비용이지만, 딱히 선보일 신차가 없는 곳도 적지 않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큰 부스를 마련하자니 전시할 차량이 마땅치 않고, 작은 부스로 참여하자니 오히려 다른 브랜드와 비교돼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외부적 요인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터쇼들이 건재하고, 새로운 모터쇼들이 곳곳에서 열리다보니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CES, MWC 같은 전자·IT 전시회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모터쇼 자체의 존재감은 위축되고 있다. 커넥티드카 기술 등 산업의 경계선이 허물어지면서, 자동차업체가 CES 등에 참여해 기술력을 뽐내는 일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서울모터쇼 주최 측도 이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정만기 조직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모터쇼의 경쟁력과 관련된 질문 세례를 받았다. 서울모터쇼, 그리고 모터쇼 전반의 하락세를 인정하며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숙제”라고 밝혔다. 특히 모터쇼 중에서도 뚜렷한 특징이나 정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시장 변화에 발맞춰 변해야 한다. 트렌드를 주도해나갈 수 있느냐가 성공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모터쇼는 우리나라의 시장규모와 모터쇼가 지닌 역사 등으로 인해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서울모터쇼 만의 특징이나 장점도 없다보니 하락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즉, 서울모터쇼가 살아남고, 발전하기 위해선 서울모터쇼 만의 매력을 찾아야 한다.

마침 자동차산업과 자동차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은 급속한 변화를 맞고 있다. 친환경,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이 적용되고 있고, 카셰어링, 카풀 등 공유경제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자동차’를 넘어 ‘이동수단’ 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를 담아내고 특정 분야를 선점한다면, 서울모터쇼는 지금의 ‘무색무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올해 서울모터쇼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오는 29일부터 열흘 간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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