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GRS를 떠나 롯데제과에 사업권이 넘어간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가 '자연주의' 컨셉으로의 회기를 선언했다. / 나뚜루 홈페이지 갈무리
롯데GRS를 떠나 롯데제과에 사업권이 넘어간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가 '자연주의' 컨셉으로의 회기를 선언했다. / 나뚜루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롯데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가 토종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여정에 들어간다. 브랜드 정체성에 혼란을 야기한 ‘팝’의 흔적을 지우고 자연주의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 ‘POP’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간 나뚜루

토종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상징과도 같은 나뚜루가 명예회복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디딘다. 첫 번째 발걸음으로 고유의 아이덴티티인 자연주의를 컨셉으로 한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한다.

이번 브랜드 리뉴얼은 나뚜루가 모태인 롯데제과의 품에 다시 안긴지 9개월여 만에 이뤄진 작업이다. 지난해 6월 롯데GRS로부터 252억 가량을 지급하고 나뚜루 사업부문을 양수한 롯데제과는 우선적으로 브랜드 정체성 정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롯데제과는 “신중한 고민을 거듭한 결과 나뚜루 본연의 강점을 내세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1998년 롯데제과에서 출범한 나뚜루는 하겐다즈와 베스킨라빈스 등 외국산 브랜드의 대항마로 단숨에 떠올랐다. 하지만 사업 13년째인 지난 2011년 사업 주체가 롯데GRS로 변경됐다. 나뚜루의 프랜차이즈 역량을 키우겠다는 그룹의 구상에 따라 외식 프랜차이즈 전문 계열인 롯데GRS를 새 주인으로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나뚜루는 난관에 봉착하기에 이른다. 롯데GRS가 나뚜루에 젊은 옷을 갈아 입혔는데 이 전략이 자충수가 돼 돌아왔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명을 ‘나뚜루팝(POP)’으로 바꾸고 아이돌 그룹 ‘인피니티’를 모델로 내세우며 10대 공략에 나섰지만 시장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청소년과 기존 성인 고객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이야 중‧고등학생들에게도 카페가 일상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청소년들이 즐기기란 쉽지 않았다”며 “마트나 편의점에 판매되는 완제품을 기존 자유주의 컨셉 그대로 둔 것도 소비자들에게 나뚜루란 브랜드의 정체성에 혼선을 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나뚜루 전담 조직 신설, 롯데제과의 ‘의욕’

타겟으로 삼은 10대 청소년은 물론 기존 성인층까지 외면하면서 나뚜루의 프랜차이즈 사업은 내리막 길을 걷기에 이른다. 2015년 167개에 이르던 영업점은 2년 만에 반토막이 나고 만다. 특히 프랜차이즈 사업을 떠받치고 있던 가맹점의 줄 이탈이 이어졌다. 137개던 나뚜루 가맹점은 2017년 64개로 급락했다. 그 사이 경쟁사인 배스킨라빈스의 점포는 1,300개를 넘어서며 나뚜루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

보다 못한 롯데도 결국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기에 이른다. 나뚜루 전체 매출의 25% 가량을 차지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회복시키기 위해 사업권을 원래대로 롯데제과에 돌리기로 했다. 그렇게 지난해 6월 롯데제과와 롯데GRS 사이에 나뚜루 사업관련 영업과 유통에 관련한 모든 권리를 이전하는 양수도 계약이 맺어졌다.

이번 브랜드 리뉴얼은 나뚜루를 되찾은 롯데제과의 첫 결과물인 셈이다. 롯데제과는 빙과‧제빵영업본부 산하에 별도의 나뚜루영업 부문을 신설하는 등 나뚜루를 환골탈태시키기 위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뚜루가 누구를 위한 제품인지에 대한 파악이 명확하지 않았다. 지난 1년여의 기간은 나뚜루란 브랜드를 진단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다”면서 “자연에서 찾은 원료를 강조하는 내용의 광고를 방영하는 등 달라진 나뚜루를 알리는 데 매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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