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베트남 순방을 떠나기 전 전용기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당시 모습. /뉴시스
지난해 3월 베트남 순방을 떠나기 전 전용기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당시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부터 6박 7일 일정으로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국빈방문한다. 화두는 ‘신남방정책’과 ‘한반도 평화체제’ 두 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부터 주변 4강에 한정됐던 외교와 통상부문 지평을 넓히기 위해 아세안(ASEAN) 국가들에 공을 들여왔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0일부터 12일까지 브루나이를 방문해 하사날 볼키아 국왕과의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수행한다. 이어 12일에는 말레이시아로 이동해 압둘라 국왕, 마하티르 총리와 만나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14일부터 16일까지 캄보디아를 방문해 시하모니 국왕과 훈센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는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 국가”라며 “신남방정책의 핵심축인 아세안과 함께 역내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만들고 금년 하반기 추진 중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의 기반도 강화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중국 대체할 소비시장으로 각광

아세안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약칭으로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라오스, 태국 등 10여 개국이 가입돼 있다. 전제 인구 6억5,000만 명 GDP 2조7,600달러 규모의 거대경제권을 형성, 최근에는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생산국가’에서 거대 소비시장으로 발돋움 했다. 사드보복 등으로 중국 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진출로로 각광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문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순방 국가가 될 브루나이는 인구 43만 명의 작은 국가다. 하지만 풍부한 원유와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1인당 GDP 3만 불이 넘는 부국으로, 한국에도 연간 100만 톤의 LNG를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원의존도를 낮추고 경제구조 다변화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과의 협력 잠재력이 큰 것으로 청와대는 판단하고 있다. 한-UAE 협력과 비슷한 구조로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구매력이 큰 시장임과 동시에 20억 이슬람 시장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 중요하다. 3천만 인구에 GDP 1만 불 수준으로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다소 떨어지지만, 아세안의 비즈니스 허브로 작용하고 있으며 풍부한 천연자원과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로 평가된다. 이미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4번째 교역대상국(191억 달러)이자 투자대상국(누계 91억 달러)을 기록할 정도로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부상했다. 아세안 국가 중 한류 인기가 가장 뜨거운 나라로도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방문하게 될 캄보디아는 앞서 두 나라에 비해 경제규모는 작다. 하지만 도로, 댐 등 인프라 건설이 활발하고 국가차원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어 우리 대기업의 진출로로 유망한 나라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캄보디아에게 투자 2위국이며, 교역액과 인적교류가 폭발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아세안은 고도성장과 개방성을 바탕으로 거대경제권을 형성하며 세계 경제에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의 두 번째 교역시장으로 부상했다”며 “이번 순방은 신남방정책을 가속화하여 미중에 편중된 우리 교역시장과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더욱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후원자

1, 2차 정상회담이 각각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는 등 아세안은 한반도 평화의 상징적 장소로 부각되고 있다. /AP-뉴시스
1, 2차 정상회담이 각각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는 등 아세안은 한반도 평화의 상징적 장소로 부각되고 있다. /AP-뉴시스

경제협력 부문 외에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아세안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아세안 국가 대부분이 북한과 수교를 맺고 있어,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지렛대 역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1·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아세안 국가를 개최지로 선호했다는 것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북한 문제에 있어서 중국의 영향력이 막대하지만 아세안 국가들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특히 지난해 아세안 국가들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북한 비핵화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중 아세안 국가 10개국 모두를 방문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연말에는 한-아세안 관계수립 30주년을 기념해 ‘특별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관련 우리 정부의 정책과 노력을 적극 지지해 왔던 3개국을 중심으로 아세안 차원의 지속적인 지지와 협조를 확인하고, 국방·방산·치안·사이버안보 등 분야에서의 협력도 강화해 한반도를 넘어 역내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고 증진하기 위한 협력을 토대를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시아지역 언론 네트워크(ANN) 기고문을 통해 “아세안 정상들과 나는 사람, 상생번영, 평화를 핵심 키워드로 하는 미래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며 “아세안과 한국이 손잡을 때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행복과 번영, 평화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한반도 평화와 화합의 기운을 전해 준 아세안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오랫동안 평화를 간절히 염원해온 한국인들은 아세안이 보여준 우정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