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청호나이스의 설치·수리기사들이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청호나이스가 대체인력 물색에 나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설치·수리기사들은 “청호나이스는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서비스 노동자들을 자회자로 몰아놓고 이젠 파업까지 무력화 시기키 위해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 “기본급 200만원에 차량유지비 70만원”

8일 청호나이스 제품 판매·설치·수리·관리 노동자들로 구성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청호나이스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10개월간 끌어온 사측과의 교섭을 끝내고,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청호나이스 엔지니어들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개인사업자 신분의 특수고용노동자였다. 회사의 지시를 받고 일을 하고 있지만 업무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했다. 하물며 청호나이스 유니폼조차도 엔지니어들이 자비로 구입했다. 이 당시 산업현장의 원·하청 구조 문제가 한창 대두됐고, 그해 4월 청호나이스도 엔지니어들을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단, 원청인 청호나이스가 고용하는 것이 아닌 ‘나이스엔지니어링’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개인사업자 신분의 엔지니어를 편입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퇴직금 청구 포기 강요 및 정규직 전환을 조건으로 시용계약 체결 요구 등의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다음달인 5월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이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단체협약을 진행해 왔지만 지지부진했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청호나이스 측에 따르면 노조 측은 월급여 104만원 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게 사측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노조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200만원 남짓 월급에서 개인 차량 사용에 차량유지비, 감가상각비용, 보험료, 교통사고 발생 시 부담금, 파손부담금 등을 모두 개인 월급에서 사용한다”면서 “심한 경우 한 달에 업무 비용으로 70만원이 들어간 엔지니어도 있다. 실제 월 130만원 벌었다는 건데 이게 개인사업자 신분과 뭐가 다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부터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더니 기존에 ‘급지수수료’를 ‘유류지원비’로 명칭을 바꿔 ‘그게 차량 기름값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들에 따르면 급지수수료는 상대적으로 먼 지역을 방문하는 엔지니어의 경우 다른 엔지니어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나온 추가 지원금으로, 차량유지비나 기름값과는 관계가 없다.

이 관계자는 “갑자기 자회사를 만들어 만성적자로 만들어놓고 무조건 엔지니어들에게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청호나이스, 자회사 파업에 대체인력 물색 의혹

파업과 관련해서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원청인 청호나이스가 파업에 따른 대체인력 물색에 나섰다는 것.

이에 대해 노조 측은 “파업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청호나이스의 여러 지사들이 파업에 대비해 불법적인 대체인력 물색을 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면서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행위로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반드시 책임자를 찾아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호나이스가 자체 인력인 플래너와 팀장, 지사장 중 과거 엔지니어 출신이거나 작업이 가능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대체인력을 물색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자회사 측에서 파업에 따른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논의들을 했을 순 있다”면서 “플래너는 하는 업무가 아예 다르고, 플래너와 팀장 분들이 대부분 여성들이기도 해서 그렇게 하진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직원 간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사측은 엔지니어 파업 돌입 즈음 대체인력을 물색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제공한 문자메시지에는 ‘지사에 설치 가능한분 계시면 사번을 알려달라. 중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시사위크가 청호나이스 노조 측으로부터 입수한 문자메시지. 파업 돌입 즈음 엔지니어가 가능한 직원의 사번을 전달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시사위크가 청호나이스 노조 측으로부터 입수한 문자메시지. 파업 돌입 즈음 엔지니어가 가능한 직원의 사번을 전달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 측은 “파업이 시작되면 고객님들에게 불편함이 따를 수 있지만 이 문제는 노동자의 권리보호 문제와 직결돼 있음을 이해해주시고 양해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사측 또한 노동자들을 회사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성실한 자세로 교섭에 응해달라. 노조는 얼마든지 상생과 양보로 문제를 풀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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