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상장사들의 전자투표제 도입이 이어지고 있다. 섀도우보팅 제도가 폐지된 후, 전자투표제 활용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모양새다. 

전자투표제가 도입된 지는 햇수로 10년째를 맞았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주주가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유용하다. 정부는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촉진하기 위해 2009년 상법 개정을 통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2010년 5월부터 한국예탁결제원과 전자투표서비스 이용 계약을 맺은 기업은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제도 초기 도입률은 저조했다. 2014년까지는 제도 도입사가 채 100곳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전자투표제 도입사가 부쩍 늘어났다. 주주권 강화에 관심이 높아진 데다 2017년 말 섀도우보팅제도가 폐지되면서 관심이 살아났다. 

섀도우보팅제도는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참석자의 찬반 비례에 따라 의결권이 행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가 폐지되면서 상장사들은 주총 성립과 의결을 위한 정족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전자투표제가 의결정족수를 채워줄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까지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상장사의 63%인 1,331곳이다. 2015년 도입 상장사가 417곳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주총을 앞두고 전자투표제 도입 바람이 불었다. 신세계,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은 전자투표제 도입을 결정했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주주권 보호에 대한 상장사들의 책임의식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제도를 도입하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가 남아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이용률이 떨어진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주주들의 전자투표 참여율은 저조한 상태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주식 수 기준 전자투표 의결권 행사율은 3.76%에 불과했다. 2017년(2.2%)보다는 소폭 높아졌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전자투표제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저조한 이용률에서 기인한다. 

전자투표제가 시장에 제대로 안착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용률’이 높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예탁결제원, 기업, 투자업계 관계자, 주주들 모두의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예탁결제원이 정기 주총을 앞두고 전자투표 이용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증권사와 상장사들도 주주들이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시스템 개선 논의도 모색돼야 한다. 예탁결제원 전자투표시스템(K-eVote)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처음에는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전자투표시스템 홈페이지 접속, 공인인증서와 개인정보를 등록한 뒤, 로그인을 해야 한다. 이후 전자투표행사 페이지에 들어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일각에선 공인인증서 외에도 인증 수단을 다양화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자투표시스템 플랫폼을 다양화해 활성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단 1주만 가지고 있어도,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자기들의 권리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자신이 투자한 기업들이 올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신의 정당한 투표 권리를 행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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