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1 04:55
[선거제 개정 논란] 무엇이 잘못됐나
[선거제 개정 논란] 무엇이 잘못됐나
  • 김민우 기자
  • 승인 2019.03.11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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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열린 국회의장-원내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문희상 의장과 원내대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뉴시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열린 국회의장-원내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문희상 의장과 원내대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선거제도 개편 문제를 놓고 자유한국당과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사이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당에서 의원정수 10% 축소 및 비례대표제 폐지 등 연동형 비례제와는 거리가 먼 선거제 개정안을 들고 오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호하는 야 3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강행을 선언했다. 한국당은 이를 '제1야당 패싱'이라고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갈등은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이 합의문을 작성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야 3당이 한국당의 비(非) 연동형 비례제안을 비난하는 근거는 합의문 제1항인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부분이다. 이들은 한국당 역시 연동형 비례제 도입 찬성을 전제로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한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한국당은 단어 그대로 "검토한다는 것에 합의했다"는 입장이다.

애초에 해석의 여지가 있는 합의문이 나온 것은 정치권의 관행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역임했던 한 중진의원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 합의문을 작성할 때 "서로 묵인하에 아주 모호하게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하나 중간에 넣는다"며 "여당과 야당이 각자 유리한 대로 해석에서 의원총회에서 보고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야 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내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동형 비례제는 기본적으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이나, 한 정당이 득표율에 따라 배정받은 의석 이상으로 지역구 의석을 확보하는 이른바 초과의석 발생이 불가피하다.

연동형 비례제의 롤모델 국가로 평가받는 독일에서는 비례성과 표의 등가성을 훼손하는 초과의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정의석이라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다만 보정의석은 초과의석 발생 외에도 의석과점 등 다양한 기준에 적용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 외에도 야 3당은 독일식의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면서도 독일의 비례대표 봉쇄조항 기준은 도입하지 않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봉쇄조항은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기 위한 최소 기준으로, 비례대표제를 통한 군소정당의 난립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나라는 5명 이상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확보하거나, 정당 득표율 3% 이상을 받아야 한다. 반면 독일은 지역구 국회의원 3석 이상 혹은 정당득표율 5% 이상을 받아야 비례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선거제 개정안을 다루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따르면, 현재의 봉쇄조항 기준 3%를 유지할 전망이다. 게다가 이 부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동형 비례제는 지역구 선거에서 불리한 소수정당에 유리한데, 원내 진입이 쉬워지면서 군소정당의 난립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헌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헌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야 3당은 연동형 비례제에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룬 민주당과 손잡고 패스트트랙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선거제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위헌소송에 휘말릴 수 있어 내년 총선에서 도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국회의원(비례대표)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연동형 비례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2000년 헌법재판소 판결에 의하면 사실상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 지역구 의원 선거제도를 무력화하기 때문에 위헌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도 선거제 개정안을 놓고 위헌소송이 일어난 바 있다. 2011년 연립정부를 구성한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과 자유민주당이 개정안을 야당과의 합의없이 단독으로 통과시키자 야당인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은 연방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 연방헌법재판소는 개정안의 내용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고, 여야는 다시 논의에 들어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