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동화약품이박기환(56) 전 베링거인겔하임 대표를 새 대표이사로 내정한 것과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동화약품은 잦은 전문경영인 교체로 ‘CEO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기 때문. 이에 새로 내정된 박기환 씨의 향후 행보에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 박기환 동화약품 신임대표, 그는 누구?

동화약품은 이달 21일 열리는 주총에서 박기환 씨를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날 이사회를 통해 박 신임 대표가 새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동화약품은 앞으로도 그간 유지해온 오너 3세 윤도준 회장과 전문경영인 각자 대표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기환 동화약품 대표이사 내정자. /동화약품

사측은 이번 박 신임대표 내정과 관련, 오랜 시간 글로벌 제약기업에서 전문의약품 시장에 적을 둔 이력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은 박 신임대표는 다국적제약사 일라이릴리 근무를 시작으로 제약업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BMS제약과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임원을 거쳐 한국유씨비제약과 베링거인겔하임코리아에서 대표직을 맡았다. 박 신임대표가 전문의약품을 주력으로 하는 외국계기업에 몸 담았던 만큼, 동화약품이 향후 전문의약품 시장을 확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동화약품은 상처치료제 ‘후시딘’과 소화제 ‘까스활명수’ 등의 유명 일반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다.

◇ 오너가 중심 분위기, 전문경영인 떠난 원인?

하지만 갈피를 잡기 어려운 인사 조치가 전문경영인의 지위를 더욱 불안케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2월 유광열 전 대표이사가 선임될 당시 업계에서는 동화약품이 주력 사업인 일반의약품 사업을 더욱 강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유 전 대표가 다국적 제약사에서 일반의약품 마케팅을 담당한 임원급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 만에 다시 전문의약품 사업에 주로 몸담아 온 박기환 씨를 신임대표로 내정한 것.

아울러 동화약품은 유광열 전 대표가 10개월 만에 사임하자 후임으로 당시 이설 인사실 임원을 새 신임대표로 내정했다. 동화약품은 그간 외부인사 영입을 통해 대표이사를 임명했지만 이설 대표이사는 이례적인 내부 승진자였다. 또한 주요 이력이 영업보다는 인사 전문가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하지만 이설 대표이사가 선임 한 달 만에 사임하면서 결국 내부 수혈도 ‘CEO 잔혹사’ 오명을 벗기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오너 중심의 기업 분위기가 전문경영인들을 내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동화약품은 지난 10년간 전문경영인 7명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야심차게 영입했던 전문경영인 대부분이 소유주들로부터 독립적인 경영을 펼칠 수 있던 다국적제약사 출신이었지만 흑역사를 끊어내지 못했다.

이번에 내정된 박 신임대표 역시 다국적제약사 출신이다. 박 신임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한편 동화제약은 이번 주총에서 박 신임내표 선임과 함께 윤도준 회장의 아들 윤인호(35)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윤 상무는 현재 일반의약품 및 생활건강사업부, 전략기획본부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누나인 윤현경(39) 상무 또한 공화약품에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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