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두고 정치권에서 ‘국회 파행 원인’이라는 지적과 ‘한국당 단합 계기’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사진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연설 직후 소속 의원들과 웃으며 본회의장을 빠져나오는 모습. / 뉴시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두고 정치권에서 ‘국회 파행 원인’이라는 지적과 ‘한국당 단합 계기’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사진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연설 직후 소속 의원들과 웃으며 본회의장을 빠져나오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논란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는 12일, 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을 일제히 비판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는 표현을 나 원내대표가 연설에서 언급한 데 따른 지적이다.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를 ‘국가원수 모독죄’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도 “싸구려 비판”(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 “구태 정치행태”(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 “뻔뻔함과 졸렬의 극치”(정호진 정의당 대변인) 등 나 원내대표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 ‘국회 파행’ 원인 제공

여야 4당의 공세에 한국당은 당장 수세에 몰렸다. 정책 대안으로 수권정당 면모를 보여주고자 한 의도는 온데간데없이 나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 비판 발언만 남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에 대해 ‘국가원수 모독죄’로 윤리위 제소를 예고했다.

나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경제위기 극복 차원에서 초당적 원탁회의 개의를 여야에 제안했다. 또 민생 챙기기 차원에서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국민부담 경감 3법’(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지방세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발의도 언급했다.

대북관계 개선 차원에서 자체 대북특사 파견을 예고했고, 미세먼지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동북아-아세안 국가 간 ‘대기오염 물질의 장거리 이동에 관한 협약’ 체결도 제안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의 제안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나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 때문에 3월 임시국회 파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 한국당은 ‘하나된 모습’

한국당은 나 원내대표 연설에 고무된 분위기다.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 직후 로텐더홀로 나와 “나경원”을 연호했다. 당직자들도 나 원내대표가 연설을 끝내고 원내대표실로 돌아오자 일제히 환호했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두 팔을 들어 미소로 화답했다.

일부 의원들은 원내대표실로 향하는 나 원내대표 옆에서 “확 달라졌다”, “너무 좋았다” 등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다른 의원들은 “대정부질문도 아니고 교섭단체 연설인데 (민주당이) 예의가 있는 거냐”면서 나 원내대표 연설 도중 항의한 민주당을 성토했다.

최근 일부 의원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의원직 총사퇴’를 내건 원내대표 대여투쟁 방식에 반발했지만, 이번 연설로 불만은 사라진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당 내부에서는 거듭되는 문재인 정부 실정으로 소속 의원들이 자연스럽게 나 원내대표 대여투쟁에 동참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여야 4당의 비판에도 의원들이 나 원내대표 연설에 환호한 것 역시 정부 실정을 지적한 발언에 공감하는 차원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해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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