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미 교착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과 셔틀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뉴시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미 교착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과 셔틀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북미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자 양국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의 대북 협상파였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까지도 일괄타결식 빅딜을 꺼내들었다. 북한의 비핵화 방식을 단계적에서 일괄적으로 바꾼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미국의 빅딜을 받아들일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고개를 저었다.

정세현 전 장관은 1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선 비핵화 후 보상 혹은 상응조치는 과거 리비아식 모델”이라면서 “리비아의 국가원수 카다피가 미국의 요구를 들었다가 내전 와중에 길거리에서 비명횡사한 선례를 남겼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신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이 단계적 비핵화를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세현 전 장관은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을 재건하려는 모습을 보인데 대해 “북한이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내 강경파가 우리도 굴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제스처를 보이면 오히려 북미회담의 불씨가 빨리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건의를 했던 것 같다”면서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지금 상대가 클린턴 정부나 볼턴이 정부 내 있지 않던 시절에 부시 정부와 다르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정세현 전 장관은 미국의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요직을 맡고 있는 한 북한의 강대강 전략은 역효과만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사이에 조정자 내지는 운전자 자격으로 미국 얘기를 북한한테 전달해주고 북한의 고충과 요구사항도 미국한테 전달해주면서 셔틀외교를 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먼저 들어줘야 된다. 신뢰를 쌓아가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하는데 북한이 먼저 물꼬를 터야 된다”면서 이를 위해선 “남북접촉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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