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유 전 대표는 지난 2월 8일 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향후 주요 현안에 대해 발언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뉴시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유 전 대표는 지난 2월 8일 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향후 주요 현안에 대해 발언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각종 주요 현안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유 전 대표의 침묵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가 지난달 8일 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필요하다면 국가적 현안에 대해 제 입장을 밝히는 활동을 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고, 제1야당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당선됐다. 지난 12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는 초유의 사태도 일어났다.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놓고 과거 자신의 연설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국당 전당대회나 나 원내대표의 연설도 그렇지만, 특히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의외라는 분석이다.

유 전 대표가 연찬회 중간 브리핑에서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경제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지만, 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라며 "국회 국방위원회에 8년 있었고, 누구보다 안보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서 무엇이 나라를 위해 옳은가만을 기준으로 말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앞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도 있고, 경제도 워낙 어렵고, 국가적 일에 대해 저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필요하면 필요한대로 하겠다"라고 2차 북미정상회담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유 전 대표가 그동안 '완전한' 침묵을 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3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때 다쳤던 해병 김 모씨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일화를 올렸고, 지난 12일에는 천안함 폭침 사건 때 생존한 정준영 수병이 천안함 뱃지와 스티커를 만든 것을 홍보했다. 모두 북한의 도발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나타낸 셈이다.

이처럼 유 전 대표가 발언을 아끼는 것은 연찬회 당시 요구했던 개혁중도보수라는 당 정체성이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당시 유 전 대표가 현안에 대해 언급했다고 말했던 것은 연찬회 중간으로 행사가 끝나기 전이었다"면서 "그런데 연찬회가 끝났으나 결국 요구했던 당 정체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개혁중도보수를 당 지도부가 수용하는 것이 유 전 대표가 앞으로 활동하겠다는 일종의 전제조건이었는데 이 부분이 성립되지 않은 셈"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유 전 대표가 어떠한 당직이나 직책을 맡지 않은 상황이 크다고 본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당대표나 최고위원들이 발언하는 상황에서 직접 나서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들의 활약이 가려진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았겠나"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유 전 대표와 함께 해외에 있는 안철수 전 대표의 조속한 당무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현 지도부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지역위원장 등 일선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권오을 경북도당위원장은 지난 8일 수원 선관위 연수원에서 열린 당 지역위원장 연찬회에서 "당의 미래를 위해 창당 주역인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대표가 당무에 복귀해야 한다"라며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이 5~8% 박스권에 갇혀 하락세에 있다. 중도층과 보수층을 대변하는 선명한 야당의 역할을 해서 지지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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