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 저격 발언을 두고 ‘의도치 않은 이름값 올리기’라는 해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 뉴시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 저격 발언을 두고 ‘의도치 않은 이름값 올리기’라는 해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 저격 발언이 정치권에 폭풍을 몰고 왔다. 지난해 9월 블룸버그에서 작성한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라는 기사를 나경원 원내대표가 전날(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인용하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나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비판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13일, 나 원내대표를 ‘국회 품위 훼손’, ‘대한민국 대통령 모독’, ‘국민 명예 훼손’ 등의 이유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징계안을 제출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사과에 나 원내대표 징계안을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태극기 부대에 바치는 극우적 망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청와대도 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전날(12일) 논평에서 “대통령에 대한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당과 나 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들께 머리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 나경원 이름값 올리기?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나 원내대표 발언에 ‘과잉 대응’해 의도치 않게 이름값만 올려준 게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나 원내대표 발언에 민주당이) 지나치게 항의를 하고 (본회의가) 중단된 사태가 계속됨으로써 오히려 나 원내대표를 용으로 만들어준 그런 결과를 초래하고 양비론을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정치평론가들 역시 이에 동조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여당에서 과민하게 반응하지만 않았더라면 본회의장 내에서 야유 정도로 끝날 일이었다”며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과도한 반응이 나 원내대표 이름값을 올려줬다. 나 원내대표를 ‘보수우파의 잔 다르크’로 만들어준 꼴”이라고 평가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민주당의 대응 과정에서) 어휘 선택이 부적절했다. ‘국가원수 모독’이라는 단어는 보수 정부나 군사독재 시절에 썼던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나 원내대표에게 ‘사과하라’고 할 수 있지만, 윤리위 제소라는 방법이 상대방을 아프게 하는 비난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다만, 여당의 대응이 과거에 비춰볼 때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위인 만큼 ‘나 원내대표의 이름값 상승’이라는 해석이 억측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과거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귀태’라고 혹평한 적이 있다. 또 김홍신 전 한나라당 의원은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게 ‘옛말에 염라대왕이 거짓말을 많이 한 사람의 입을 봉한다고 했는데, 공업용 미싱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면서 “대통령에 대한 막말이 사실 정치권에서 한 두번 나온 게 아니고, 그 때마다 여당은 (지금의 민주당과 같은) 대응을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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