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사법개혁 특별위원회에서 새 위원장으로 선임된 이상민 위원장이 이종걸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 뉴시스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사법개혁 특별위원회에서 새 위원장으로 선임된 이상민 위원장이 이종걸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차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사임했다. 사개특위는 신임 위원장으로 선임된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이 이끌게 된다. 활동시한이 3개월 남짓 남은 사개특위를 넘겨받게 된 이 의원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법개혁 현안을 추진해나갈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이날 마지막으로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박 의원은 “저는 경찰이 검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법조문이 과연 이 시대에 맞는 법조문인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검찰·경찰개혁소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명령’ ‘복종’을 삭제하고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부여하는 등 사법개혁의 첫걸음을 뗐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법개혁을 갈망하는 모든 국민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사법개혁은 국회의원 개인이 아닌 국민의 뜻으로 이뤄지는 것이고, 국회와 국민이 함께하는 것이다. 앞으로 사법개혁이 완수되는 그날까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개특위 내에서 아직 진전을 보지 못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박 의원은 “공수처 논의는 아직까지 국회에서 많이 논의가 되지 않았지만, 국민 70% 이상이 찬성하는 공수처 설치 문제도 이젠 마무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국민은 검찰과 경찰의 권력형 범죄에 대한 수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고 있고, 공수처는 검찰·경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이상민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박영선 위원장을 비롯해서 사개특위 위원님들, 그리고 관계 기구 여러분께서 많은 협의를 하신 끝에 노고가 많으셨고 덕분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 앞으로 더욱 합심된 힘으로 헌신과 노고를 해주셔서 국민이 바라는 사법개혁안이 결실을 맺고, 사개특위 명예를 드높이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17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로서 사법개혁안을 통과시키며 협상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19대 국회 후반기에는 법사위원장을 맡아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제정안을 처리하는 등 원만한 여야 합의를 이끌기도 했다.

◇ 활동시한 세 달 남짓… 과제는 ‘산적’

사개특위는 오는 6월 말까지 활동하게 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공수처 설치 논의가 여전히 공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촉박한 셈이다. 여기에 자유한국당이 당 자체적으로 내부에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하고 정부여당의 사법개혁에 제동을 걸기 위한 대안을 따로 마련하겠다고 해 여야 간 갈등이 더 깊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개특위 안팎에서 추진력이 있다고 평가받아왔던 박 의원이 빠지면서 이 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또 민주당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함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공수처 설치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르게 되면 사개특위 논의가 뒷전이 될 우려도 있다.

외부에서도 사개특위 논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소속 일반 공무원들로 구성된 경찰청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국회 앞에서 사개특위의 사법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한국당이 자체 안을 만들겠다며 사개특위 입법을 미루고 있다. 시간을 끌면서 사법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백번 양보해서라도 3월 중에는 사개특위가 입법안을 내야 한다. 만일 3월에도 시간을 흐지부지 보낸다면 더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3월 내로 사개특위의 논의에 진전이 없다면 소속 위원들의 지역사무실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는 등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은 이날 검경소위 소속 함진규 의원을 이장우 의원으로 교체하는 사·보임 인선을 했다. 일각에선 한국당 내 사개특위를 중심으로 대여 투쟁을 강화하기 위한 인선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어떤 권력으로부터라도 자유로운 검찰과 경찰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인사권 등이 권력에 의해 훼손되지 않고 공정하고 독자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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