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8 17:57 (목)
[김재필 '에세이'] H에게-연동형비례대표제의 당위성
[김재필 '에세이'] H에게-연동형비례대표제의 당위성
  • 시사위크
  • 승인 2019.03.1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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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시사위크] 먼저 촉나라 개는 해를 보고 짖는다는 촉견폐일(蜀犬吠日)이라는 사자성어는 알지? 중국 촉(蜀)지방이 어딘가. 우리나라 임시정부 청사가 있는 중칭직할시와 쓰촨성(四川省)을 포함하는 지역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많이 읽는 『삼국지연의』의 주인공들인 유비, 관우, 장비와 제갈공명의 나라가 촉나라일세. 그 촉(蜀) 지방이 예전부터 비가 오는 날이 많아서  맑은 하늘을 보기 힘들었다네. 쓰촨성(四川省) 이름 그대로 강과 협곡이 많으니 그곳에 사는 개들이 해를 보기 힘들었던 것은 당연하지. 그래서 간혹 해가 구름 사이로 보이면 개들이 신기하고 무서워서 도둑이라도 만난 듯 일제히 짖어댔다고 하네. 이게 촉견폐일(蜀犬吠日)이라는 사자성어의 유래야. 우리가 사는  환경이 습성을 만드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하는 사자성어지.

정중지와(井中之蛙), 정저지와(井底之蛙), 좌정관천(坐井觀天), 용관규천(用管窺天), 용추지지(用錐指地), 서목촌광(鼠目寸光) 모두 비슷한 뜻을 가진 사자성어들이야. 정중지와와 정저지어는 ‘우물 안의 개구리’이고, 좌정관천은 우물 속에 앉아 세상을 본다는 뜻이야. 용관규천은 대롱으로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고, 용추지지는 송곳으로 땅의 깊이를 재는 것이고, 서목촌광은 쥐는 멀리 보지 못한다는 뜻이네. 모두 시야(視野)가 좁아서 큰 것이나 멀리 있는 것을 보지 못할 때 쓰는 사자성어들이지. 소견이 좁고 고루하고 자기가 아는 게 진리인 양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을 비아냥거릴 때 우리는 흔히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 말하지. 좁은 우물 속에서 살다보니 우물 밖의 더 넓은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는 게 당연해. 마치 촉나라의 개가 만물의 에너지원인 태양을 괴물로 알고 마구 짖는 것처럼.

오늘 내가 왜 이런 사자성어들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는지 알겠나? 기득권에 눈이 멀어 궤변을 일삼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한 말이 어이가 없어서야. 아직도 촉나라 개나 우물 안의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이 나라 제1야당의 의원들을 대표하는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니 화도 나고 이 나라 앞날이 막막하기도 해서야. “우리 모두 솔직해집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정수의 무한 확대와 극심한 다당제를 초래한다는 것! 결국 의원정수는 300석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불문의 헌법정신에 반한다는 것을 고백합시다.”이른바 초일류 대학을 나와 판사까지 했다는 분이 헌법 공부는 제대로 했는지… 지역주의와 승자독식 구조를 깨고 다양한 민의를 정치체제 내로 수렴하는 선거제 개혁을 하자는데, 자신들의 과거 행동 때문에 생긴 국민들의 ‘반의회 정서’에 편승해 비례대표제를 없애고 의원 정족수를 줄이자고 역주행을 하고 있으니 제 정신으로 하는 말인지 궁금하네. 

이전 칼럼에서 몇 번 말했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다당제가 왜 필요한가? 요약해서 말하면, '공존', '상생', '배려', '포용', '다양성', ‘복지’, ‘평화’,‘생명’ 같은 다양한 가치들이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야. 4~5년마다 주기적으로 실시되는 각종 선거를 통해 사회경제적 불평등, 노동, 평화, 환경과 생태, 다문화가정, 청소년, 여성, 농민, 청년, 노인, 여가 등 다양한 이슈들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일 정당들이 등장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을 만들자는 거지.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들에서 보듯 대한민국도 이미 시민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부딪치는 나라가 되었네. 이제는 2~3개의 거대 대중정당으로는 다분화된 시민들의 욕구를 다 수렴할 수 없게 됐네. 지역에 기반을 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지배하는 보수일변도의 정치 지형에서 벗어나, 페미당, 녹색당, 농민당, 노동당, 기독당, 자유당, 사회당, 청년당, 노인당, 공산당 등 지금까지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다양한 정당들이 서로 경쟁해야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때가 된 거야. 

물론 이런 다당제 정치체제가 이 땅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거구제를 고쳐야 하네. 지금처럼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자가 다 차지하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로는 다당제가 불가능하거든. 그래서 비례대표제를 확대하자는 거야. 그것도 선거에 참여했지만 1등을 찍지 않은 사람들의 의사표시도 존중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하자는 거지. 물론 난 완전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찬성하지만, 연동률을 100%로 할 것인지 50%로 할 것인지는 국민들의 뜻을 모아 법률로 정하면 되네. 

다른 거의 모든 정치세력들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원하고 있는데도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이유는 단 하나뿐일세. 영남이라는 넓은 지역 기반을 갖고 있으니 현행 제도로 선거를 치러도 제1야당의 자리는 지킬 수 있다는 속셈이지. 선진국들 중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주장처럼 그들이 내세우는 다른 이유들은 다 국민들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들이야. 아직도 그런 거짓말에 현혹되는 국민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들이야말로 정말 우울안의 개구리이고 촉나라의 개라고 말 할 수밖에. 변화를 선도하기는커녕 변하는 세상에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그들에게 미래는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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