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당시 카퍼레이드에 이용됐던 벤츠 리무진 차량이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가 나왔다. /평양공동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당시 카퍼레이드에 이용됐던 벤츠 리무진 차량이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가 나왔다. /평양공동사진취재단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김정은 위원장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급 차량의 정보를 우리 측에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외교부는 “(대북제재위가) 한국 측에 정보제공을 요구했지만 외교부는 관련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패널이 정보제공을 요청한 차량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등장했던 메르세데스 벤츠 리무진이다. 순안 공항을 통해 평양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파격적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차량에 올라타 카퍼레이드 행사를 진행했는데, 당시 이용한 차량이 사치품목의 북한 반입을 금지하는 대북제재 위반일 수 있다는 취지였다.

◇ 김정은의 진정성 의심 취지

실제 대북제재위는 13일(현지시각) 배포한 보고서에서 롤스로이스 팬텀, 렉서스 LX570과 함께 해당 차량을 대북제재 결의안 2094호를 위반한 물품으로 지목했다. 다만 외교부는 차량 식별번호 등 재원정보가 없어 정보제공을 하지 않았으며, 대북제재위는 싱가포르에도 관련 정보를 요구했으나 우리 외교부와 비슷한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보고서에 문 대통령이 카퍼레이드를 하는 사진이 그대로 실렸다는 점이다. 물론 차량을 탑승했다고 해서 문 대통령이 제재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의 제재위반을 고발하는 유엔 문서에 우리 대통령의 모습이 실린 것은 국제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도 호의적으로 마련한 행사 때문에 제재위반 꼬리표를 달게 되면 향후 남북정상회담에 소극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우리 정부가 해당 보고서에 문 대통령의 사진이 실리지 않도록 총력 외교전을 펼쳤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날 ‘조선일보’는 “올 초 해당 보고서 초안이 작성될 당시 문 대통령 사진이 들어간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우리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총력 외교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외교부는 “여려 경로를 통해 했다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 미국-유엔 ‘최대압박과 관여’ 노선 가닥

유엔 대북제재위가 원유 환적 등 대북제재 위반 현장이라고 제시한 증거사진. /뉴시스
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에 실린 북한의 원유 환적 등 대북제재 위반 현장 증거사진. /뉴시스

이밖에도 대북제재위는 보고서를 통해 영변 핵시설이 계속 가동되고 있으며, 선박간 환적을 통해 석유·석탄 등을 거래하는 등 제재를 계속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변 원자로는 지난해 2월부터 4월, 9월과 10월 가동이 중단됐었는데 중단 기간이 짧다는 점에서 시설점검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 기간에 사용 후 연료봉이 인출됐을 수 있다”는 한 ‘회원국’의 제보 내용을 수록했다. 핵무기로 사용되는 플루토늄은 사용 후 연료봉의 재처리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미국이 예민해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기존 동창리가 아닌 북쪽 국경 인근에 새롭게 건설하고 있다는 정보를 ‘회원국’으로부터 전달 받았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계속 핵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국제사회에 알려왔던 우리 정부로서는 다소 난처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미국과 유엔은 향후 대북제재의 고삐를 더욱 조이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오는 14일(현지시각) 비건 특별대표는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만난다. 미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때까지 안보리 결의에 대한 완전한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주제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대북협상을 ‘최대압박과 관여’ 기조 하에서 진행하겠다는 뜻이 읽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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