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범 감독의 신작 ‘악질경찰’이 베일을 벗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이정범 감독의 신작 ‘악질경찰’이 베일을 벗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아저씨’(2010)로 한국 액션 영화의 새 지평을 연 이정범 감독이 신작 ‘악질경찰’로 돌아왔다. 어른답지 않은 어른들에 의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아이들을 통해 쓰레기 같던 악질 경찰이 변모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시작은 2014년 4월 온 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다. 이정범 감독의 진심은 전해질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나보다 더 나쁜 놈을 만났다.”

뒷돈을 챙기고, 비리는 눈 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규 분). 급하게 목돈이 필요했던 그는 경찰 압수창고를 털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사건 당일 밤, 조필호의 사주를 받아 창고에 들어간 한기철(정가람 분)이 의문의 폭발사고로 죽게 되고, 필호는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설상가상 거대 기업의 불법 비자금 자료까지 타버려 검찰의 수사선상에도 오른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건을 쫓던 중, 폭발사건의 증거를 가진 고등학생 미나(전소니 분)와 엮이게 되고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거대한 음모와 마주치게 되는데…

‘악질경찰’에서 조필호를 연기한 이선균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악질경찰’에서 조필호를 연기한 이선균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 악이 더 큰 악을 만났을 때 ‘UP’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 감는 쓰레기 같은 악질경찰 조필호가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범죄 드라마다. 범인을 잡아야 하는 경찰이 뻔뻔하게 범행을 저지르며 시작되는 ‘악질경찰’은 밑바닥 인생을 사는 주인공이 더 나쁜 악에 맞서 변모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조필호는 불의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비리로 얼룩진 공권력, 자본주의 속 대기업의 탐욕 등 여전히 불의로 가득한 세상에서 자신이 저지르는 불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도덕한 인물이다. 그런 필호가 변한다. 피해 가는 게 익숙한 그지만, 거대한 음모를 감추기 위해 온갖 끔직한 짓을 저지르는 거대한 악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너희 같은 것도 어른이라고”라는 미나의 말 때문이다.

‘악질경찰’에서 고등학생 미나로 분한 전소니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악질경찰’에서 고등학생 미나로 분한 전소니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얼핏 보기에 미나는 반항심 가득한 불량소녀다. 맥주병으로 남자친구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모텔에 드나든다. 필호의 돈까지 가져갔다. 하지만 이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자 살려달라는 미나의 외침이다. 미나를 통해 필호는 어른으로서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우리 모두 필호다.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감독의 시선은 2014년 세월호 참사에 닿는다. 장르적 재미를 취하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왜곡되지 않도록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해당 사건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대신, 참사 이후 상처를 안고 방황하며 살고 있는 이들과 여전히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게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동시에 담는다.

‘악질경찰’에서 강렬한 악역을 연기한 박해준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악질경찰’에서 강렬한 악역을 연기한 박해준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배우들은 열연을 펼친다. 조필호로 분한 이선균은 날 선 눈빛과 악덕한 표정, 어떤 위기도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는 비열함까지 완벽히 표현한다. 영화 ‘독전’(2018)에 이어 또 한 번 악역을 맡은 박해준은 등장부터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할 정도로 강렬하다. 신예 전소니도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송영창(정이향 회장 역)·박병은(남성식 역)·김민재(김민재 역)·정가람 등도 제 몫을 해낸다.

▼ 호불호 갈릴 설정 ‘DOWN’

자극적인 설정과 장면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영화가 후반부로 달려갈수록 더 폭력적이고 잔인해진다. 청소년관람불가등급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여고생에 대한 폭력은 불편함을 안긴다. 처음으로 상업영화 안에 세월호 참사를 담아낸 점은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정범 감독의 고민과 진정성이 영화 곳곳에 담겼지만,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 총평

이정범 감독은 범죄 영화라는 프레임 안으로 세월호 참사를 끌고 온 것에 대해 “침묵하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 영화 외에도 더 많은 이야기가 나와서 (세월호가) 공론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이 영화가 세월호 소재를 썼는데 상업영화로만 끝난다면 저한테는 최악의 결과물”이라고 덧붙이며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왜곡되지 않길 바랐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러닝타임 127분, 오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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