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면서 박수를 받고 있다. / 뉴시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면서 박수를 받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해방 후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친일파 청산작업을 했던 반민특위가 국민 분열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정작 반민특위는 이승만 정부의 방해와 음모 속에서 설치 1년 만에 와해돼 친일행위에 대한 처벌을 하지 못했음에도, 나 원내대표가 반민특위 활동을 “국민분열의 원인”이라고 언급한 것은 왜곡된 역사인식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나 원내대표는 14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보훈처가 기존 독립유공 서훈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다고 한다”며 “친일 행위를 하고도 독립운동자 행세를 하는 가짜 유공자는 가려내겠다고 하는데, 마음에 안 드는 역사적 인물에 대해 친일 올가미를 씌우는 것은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을 모두 기억하실 것이다. 또 다시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해달라”고 덧붙였다.

여야는 나 원내대표의 해당 발언에 대해 ‘역사 왜곡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친일 잔재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라는 국민의 염원마저 ‘국론 분열’ 운운하며 이념적 잣대로 편 가르기에 나선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나 원내대표는 역사 왜곡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과 역사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했다.

정의당은 김동균 부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빨갱이는 친일파의 잔재’라는 발언을 한 이후부터 한국당은 친일의 ‘ㅊ’자만 나와도 과민반응하면서 사시나무 떨 듯이 떨고 있는 것이 보인다”며 “반민특위 때문이 아니라 반민특위가 좌초됐기 때문에 국민이 분열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적이 잇따르자 나 원내대표는 15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반민특위 활동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해방 후에 이런(친일청산) 부분이 잘됐어야 한다”고 해명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그(반민특위) 이후에 큰 국론 분열이 온 것처럼 지금 다시 과거를 헤집으면서 좌익 활동을 한 분 중에서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 정부가 수립되는 것을 반대했던 분들까지 대거 포함시켜서 또다시 과거 문제로 분란을 일으키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라며 “해방 이후에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한 세력에게까지 독립 유공자 서훈을 주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부분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 원내대표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부친이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은 것을 거론하며 “손혜원 의원 부친이 6번인가 독립 유공자 신청했다 떨어졌는데 이번에 손혜원 의원이 전화로 접수했는데 됐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그 부분에 대해서 지금 살펴보자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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