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성창호 판사를 포함한 35명 적폐법관 탄핵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 2월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성창호 판사를 포함한 35명 적폐법관 탄핵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록 및 영창청구서 등 수사기밀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보고(공무상 기밀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성창호 판사를 두고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김경수 경남지사 실형 선고에 따른 보복이라며 여당과 검찰을 맹비난하고 있다.

이 와중에 성창호 판사의 또 다른 재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 IDS홀딩스 피해자들은 성 판사가 과거 IDS홀딩스와 유착의혹이 있던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의 뇌물 혐의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며 구속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해 6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빠져 나나고 있다. /뉴시스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해 6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빠져 나나고 있다. /뉴시스

◇ 성창호 판사 기소... 김경수 판결만 쟁점?

지난 14일 여야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창호 부장판사의 기소와 관련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성 판사는 2016년 5∼9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시절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기록 및 영창청구서 등을 당시 신광렬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보고(공무상 기밀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자유한국당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성 판사는 부당한 지시를 받은 직권남용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또한 성 판사의 기소를 여당의 ‘김경수 구하기’ 로 규정했다.

반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선고 이전에 성 판사는 이미 피의자로 전환이 됐다”면서 “성 판사뿐만 아니라 기밀누설과 관련이 있는 모든 판사를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성 판사의 기소와 관련해 김경수 경남지사 사건과 정운호 게이트만 거론되고 있지만, 최근 성 판사에 대한 또 따른 판결이 주목을 받고 있다. IDS홀딩스 피해자들에 따르면 성 판사는 지난해 2월 뇌물 및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해당 판결은 올해 1월 10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성 판사의 사법농단 의혹이 제기되기 전부터 해당 판결에 줄곧 의문을 제기했었다.

◇ 구은수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

15일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와 무궁화클럽, 정의연대, 개혁연대 민생행동 등은 “성창호 판사는 동료 판사의 비리를 덮기 위해 수사기밀을 누설했음에도 구속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성 판사는 앞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사건에서 ‘자백유죄 부인무죄’라는 판결을 내린 적도 있다”고 꼬집었다.

피해자연합회에 따르면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청장 재직 당시 IDS홀딩스 김성후 대표의 2인자로 불리는 유모 씨로부터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관 김모 씨를 통해 3,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구 전 청장은 뇌물을 받은 후 경찰관 윤모 씨를 IDS홀딩스 사건을 담당하는 영등포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으로 발령, 또 다른 경찰관 윤모 씨에게는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 고소사건을 배당했다.

하지만 구 전 청장은 재판 내내 뇌물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3,000만원 중 500만원은 뇌물 공여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고, 나머지 2,500만원은 ‘배달 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다. 다만 경찰관들을 부당하게 특정 사건에 배당한 혐의는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IDS홀딩스 피해자들은 “청탁은 들어줬는데, 뇌물은 받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뇌물을 제공한 유모 씨와 전달한 보좌관 김모 씨는 자백을 했는데, 이들은 유죄고, 혐의를 부인하는 구은수 전 청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성 판사가 유출했던 정운호 게이트 사건 주범인 최유정 변호사와 최유정 변호사의 사무장 이모 씨의 판결문에는 IDS홀딩스 관련 내용이 나온다”면서 “동료 판사의 비위를 덮어주기 위해 성 판사가 유출했던 정운호 게이트 수사자료에 IDS홀딩스 로비 판사들의 명단이 들어있지는 않았을지 강하게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탁은 들어줬지만, 뇌물은 받지 않았다는 판결은 IDS홀딩스 1만2,000여명의 피해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판결 중 하나”라며 “지금이라도 검찰은 IDS홀딩스 전방위적 로비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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