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1 20:14 (목)
[기자수첩] 이동수단의 혁명, 미적거려선 안 된다
[기자수첩] 이동수단의 혁명, 미적거려선 안 된다
  • 권정두 기자
  • 승인 2019.03.1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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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주차장 한쪽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기에서 충전을 마친 자동차가 스스로 빈자리를 찾아간다. 이어 다른 자동차가 충전기로 이동해 충전을 시작한다. 또 다른 자동차에 시동이 걸리더니 주차장 밖으로 나가 호출장소로 향해 사람을 태운다.

더 이상 SF영화나 공상과학소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급격한 기술 발전 속에 머지않은 미래로 다가온 이야기다.

4차산업혁명시대, 인간의 이동은 또 한 번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직립보행에서 시작해 말과 같은 동물을 타기도 했고, 마차에 이어 자동차가 등장한지 약 100여년 만에 커다란 변화가 임박했다.

핵심은 자율주행기술과 공유경제개념이다. 운전이 필요 없는 자동차는 이미 꽤 높은 수준의 기술 발전을 이룬 상태다. 물론 아직은 넘어야할 산도 많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율주행 및 안전보조 기술 덕분에 자동차 사고 없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또한 공유경제개념은 자동차 소유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새로 바꿔놓게 된다. 각각의 개인이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아도, 필요할 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역시 이미 카셰어링으로 우리 사회에 구현돼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술 발전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장점만큼 여러 역효과도 예상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운전이나 운송과 관련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택시나 버스, 심지어 화물차량도 자율주행으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로봇이 커피를 만들고, 음식을 서빙하는 시대 또한 멀지않았다. 인간의 판단이 필요했던 영역도 AI기술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인간이 배제되고,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된 논란과 갈등은 이미 우리사회를 덮쳤다. 지난해 택시업계가 카풀서비스에 거세게 반발했고, 심지어 분신까지 벌어진 바 있다. 이들의 극렬한 반대는 일감과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카풀 서비스만 놓고도 이 정도로 심한 갈등이 벌어졌으니, 향후엔 더 큰 갈등이 불 보듯 빤하다. 그렇다고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에겐 보다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방법이다. 뒤늦은 대응이 새로운 시대에서의 도태와 공멸을 불러온다면, 선제적 대응은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이 맞다.

물론 진통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는 발전으로 이어진다. 여러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개선될 것이고, 빈틈을 채울 기술과 제도도 마련될 것이다. 그렇게 이동수단 혁명의 연착륙을 이룬다면, 우리는 세계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우리가 4차산업혁명시대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선 우선, 전 사회적인 공감이 필요하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도래를 막을 수 없으며, 오히려 주도해야 한다는 공감이다.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 보다 건설적일 수 있게 된다.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거나, 비이성적인 생떼를 부리는 일이 없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과거에 얽매여있는 각종 법적규제를 과감히 풀어나가야 한다. 현재 국내 카셰어링은 법적규제로 인해 반쪽짜리 사업에 그치고 있다. 카셰어링 사업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보니 렌터카 사업으로 분류돼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반드시 차고지에 반납해야하는 기형적 카셰어링 서비스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난맥상은 곳곳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다. 이해관계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혹은 괜한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미적거린다면 후폭풍만 키우는 꼴이 된다. 새로운 기술과 사업이 활발하게 도입되고, 애꿎은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이 앞을 내다보고 논의를 주도해나가야 한다.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파도를 막는 건 불가능하다. 파도에 올라탈 것이냐, 아니면 파도에 묻힐 것이냐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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