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바른미래당이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선거제도 개정을 추진했으나, 당내 반발이 격해지면서 또다시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선거제 개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에 반대하는 공식 성명서를 내는 한편, 일부 현역 의원들의 탈당설마저 돌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그동안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와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추진 문제를 놓고도 당내 갈등 및 봉합 과정을 반복해왔는데, 선거제 개정 문제는 내년 21대 총선과 직결된 만큼 이번에는 봉합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바른미래당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18일 성명서를 통해 선거제도 개편안을 공수처법 등과 함께 '패키지'로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의 권력기관 장악의 들러리 역할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한국당이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고 선거법 협상에 국민들의 민의를 받들지 않는 태도로 임할지라도 현재의 원내 제2당을 배제하고 선거법을 변경하는 것은 이후 새로운 독재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바른미래당의 당론 결정 과정에서 향후 선거법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는 원외위원장들의 의견을 당 지도부에서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선거법 당론 결정은 원외위원장들의 정치생명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당 지도부는 원외위원장 회의를 즉각 소집하여 당론결정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 지도부인 이준석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과 손학규 대표가 명운을 걸고 추진한 선거법 개정이 무리한 추진으로 또 다른 당내 불안의 씨앗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애초 선거법 개정 및 패스트트랙 지정 같은 중요 사안은 당헌·당규에 따라 3분의 2 이상 원내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당론으로 지정해야 하나, 지난 의총에서 이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선거제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당내 바른정당 출신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손 대표가 선거제 개편안과 정부 예산안 연계처리를 주장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을 때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 14일 열린 심야 의원총회에서는 ▲선거제 패스트트랙 자체 반대 ▲온전한 선거법 개정안만 논의 ▲반쪽짜리 연동형 비례제 반대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당내 반대에도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 중심으로 여야 4당 패스트트랙 공조를 계속 추진하자 현역 의원의 탈당설도 제기됐다. 오신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탈당하겠다고 밝힌 의원들이 있는 것은 들은 바가 있다"며 "전체 반대하는 분의 흐름이 1/3정도 되고 그 중에 또 연동형 자체를 패스트트랙으로 하는 반대하는 분들이 반 정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당내 반발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최대한 수습하며 선거제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최고위원이 언급한 소속 실질 활동 의원의 3분의 2인 17명 이상의 동의를 받을 때까지 설득에 나서겠다는 셈이다.
손 대표는 "그나마 패스트트랙을 걸지 않으면 그동안 무르익은 선거제 개혁이 물거품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라며 "우리 당 국회의원들이 모두 한 마음이 아닌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마음을 모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도 "당이 건강한 모습을 보이는 거라 생각하고, 민주주의 원칙이 소수 의견을 존중하되 다수 의견에 따라 최종 의사가 결정되는 것이므로 의원들을 계속 설득하고 소수 의견을 충분히 협상안에 반영해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