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단가 하락과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지난해 삼표시멘트가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사진은 삼표시멘트 성북사업소. / 네이버 지도
판매 단가 하락과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지난해 삼표시멘트가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사진은 삼표시멘트 성북사업소.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건설경기 부진과 환경규제, 여기에 잇따른 ESS 화재로 코너에 몰리고 있는 시멘트 업계. 그 중에서도 삼표시멘트가 유난히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주요 원재료인 유연탄의 가격이 상승하는 와중에 제품 단가가 내려가면서 큰 폭의 실적 하락을 경험했다.

◇ ‘업황 부진’ 먹구름 드리운 시멘트업계

시멘트 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건설경기 악화 등에 따른 시멘트 수요 감소로 인해 산업 전체의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017년 5,671만톤에 달했던 시멘트 내수시장은 주택건설경기의 하락세와 SOC 투자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5,025만톤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시멘트업에 종사하는 업체들의 작년 실적도 줄줄이 뒷걸음쳤다. 한일시멘트에 인수된 한일현대시멘트(전 현대시멘트)의 영업익(205억)은 전년 대비 18% 가량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294억원)됐다. 업계 1위의 쌍용양회공업도 불황을 비껴가지 못했다. 2017년 2,509억원 규모던 영업익은 지난해 2,470억원으로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1,471억)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세아시멘트의 선전 정도만 눈에 띈다. 지난해 한라시멘트가 계열회사로 편입돼 전체 외형이 커지면서 나홀로 성장을 실현했다. 연매출은 2017년 대비 83% 증가해 8,438억원으로 급증했다. 532억원 수준이던 영업익도 49%가 늘어 792억원으로 늘었다.

업계 전반을 통틀어 가장 다이나믹한 변화를 보여준 건 삼표시멘트다. 판매 물량 감소와 판매단가 하락에 따른 매출감소, 여기에 유연탄 등 원재료 부담이 커지면서 4년 만에 매출 증대 행진이 멈췄다. 2017년 744억원에 달하던 영업익은 7억원으로 급감했다. 363억원 수준이던 당기순이익도 적자 전환(마이너스 43억원)됐다.

◇ ‘삼중고’ 삼표시멘트 나홀로 급락

주력 제품인 포틀랜드 시멘트의 가격은 계속 하락 중이다. 일반 시멘트에 해당하는 삼표시멘트의 톤당 포틀랜드 시멘트 가격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만1,328억원. 2016년 6만6,529억원에서 6만5,108원으로 내려간 가격은 1년 만에 다시 5.8% 저렴해졌다. 슬래그 시멘트도 마찬가지다. 톤당 6만원을 향해 가던 삼표시멘트의 슬래그 시멘트 가격은 2년 만에 5만6,064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천천히 굳고 오래 가는 성질이 있는 슬래그 시멘트는 항만이나 토목 용도로 사용된다.

원재료 가격까지 오르면서 삼표시멘트의 원가 부담을 키웠다. 시멘트 제조에 있어 주된 연료로 쓰이는 유연탄은 중국 일부 광산의 가동이 중단 되면서 톤당 가격이 95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삼표시멘트의 총원재료 매입액에서 유연탄의 비중은 지난 3분기 기준으로 60% 가량이다. 여기에 시멘트 운반에 사용되는 전용선 운영을 둘러싸고 협력 업체와 분쟁을 겪으면서 운송에 차질이 발생한 것도 삼표시멘트의 실적을 악화시킨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지난해 3척의 전용선을 추가로 구매하는 데 450억원이 투입됐으며, 공장 유지 및 보수에만 지난 3년간 1,700억원의 비용이 들었다”면서 “물류 문제가 해결됐고, 시멘트 가격도 2016년 때의 6만원 후반대로 복귀하고 있어 올해엔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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