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또 유찰됐다. 검찰이 공매에 넘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에 입찰자로 나선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공매 회차가 거듭될수록 최저 입찰가만 떨어지고 있다. 유찰될 때마다 10%씩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8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6차 공매 시작가는 51억1,600여만원으로 책정됐다. 최초 감정가(102억3,286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그럼에도 입찰 가능성은 희박하다. 낙찰을 받아도 명도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매물의 관심도가 떨어졌다.
◇ “집에서 나가라니…” 부인·며느리의 소유권 주장
실제 연희동 자택을 낙찰 받게 될 경우 소송이 불가피하다. 공매는 법원에서 인도명령을 결정해주는 경매와 달리 강제성이 없다. 현재 자택에서 거주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이 이주를 거부하면 낙찰자가 직접 명도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승소를 하더라도 집행 과정에서의 마찰을 피할 수가 없다.
뿐만 아니다. 연희동 자택을 둘러싸고 전두환 전 대통령 측과 검찰이 법정 공방 중에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와 며느리 이윤혜 씨, 그리고 이택수 전 비서관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송은 서울고법과 행정법원에서 맡고 있다. 재산집행 이의신청, 압류처분 무효확인, 공매처분 취소 등으로 복잡하게 얽혔지만 쟁점은 하나다. 연희동 자택의 명의자를 누구로 규정하느냐다. 추징금 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의 경우 피고인의 재산을 대상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타인 소유의 연희동 자택은 환수 대상이 아니라는 게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의 설명이다. 등기부상 자택 소유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닌 앞서 소송을 제기한 가족과 측근이다. 이들의 변호인은 “제3자에 대한 집행이므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의 생각은 다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의 진술을 근거로 연희동 자택이 차명재산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부인과 며느리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 부인 이순자 씨가 자택(본채)을 사들일 당시 소득이 전무했다는 점, 처남 이창석 씨가 낙찰 받은 별채를 며느리 이윤혜 씨가 매입(양도)했다는 점이 의심을 샀다.
검찰 측은 “모두 특수관계로 불법 정황을 알았을 것”이라면서 “2013년 공매 이후 5년간 아무 말 없다가 이제 와서 이의 신청을 제기한 정황을 볼 때 차명재산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공방에 법원의 심리도 길어지고 있다.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1부는 지난 13일에 이어 오는 27일 두 번째 심문기일이 예정돼 있다. 검찰의 압류·공매 처분을 검토할 서울행정법원 6부는 내달 5일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당초 무변론 판결이 예상됐으나,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의 변론 재개 요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이면서 선고가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고 결과에 따라 연희동 자택의 실소유주를 가리게 되는 것은 물론 이주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은 읍소 전략을 펴고 있다. 변호인 측은 앞서 열린 심문기일에서 “검찰 추징 집행은 초법적인 위법 집행임에도 국민에 대한 송구스러운 마음 때문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나이 구순의 노인에게 사는 집에서 나가라고 하면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며느리 이씨 측 변호인도 연희동 자택의 등기부상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7년까지 소유자로 명시됐던 만큼 “검찰 논리대로라면 이후 어떤 국민이든 부동산을 취득하면 압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볼멘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