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 NEW 제공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 NEW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1년에 단 하루뿐인 수호(윤찬영 분)의 생일이 다가온다.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슬픔을 묵묵히 견뎌내는 엄마 순남(전도연 분)은 아들이 먼저 떠나갔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모두가 모여도 생일의 주인공이 함께 할 수 없는 생일이 마치 아들이 없는 현실을 기정사실화하는 것 같아 다가오는 생일이 막막하기만 하다.

아들이 세상을 떠나던 날에도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지 못해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설경구 분)은 그날 이후 2년이 지나서야 한국에 돌아왔다. 그는 현실의 모든 것이 낯설지만 가족과 함께 아들을 다시 만날 생일을 맞이한다.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이 관객과 만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수호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며 치유하는 과정을 담았다.

‘생일’은 우리 곁을 떠난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그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아이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생일 모임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안산에 위치한 치유공간 ‘이웃’에서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 우리 곁을 떠난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그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생일 모임을 했다.

그곳에서 봉사를 하던 이종언 감독은 유가족과 희생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자 결심했다. 그것이 떠난 아이들을 기억하고, 남아있는 이들을 위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생일’에서 아들을 잃은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순남으로 분한 전도현 스틸컷. / NEW 제공
‘생일’에서 아들을 잃은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순남으로 분한 전도현 스틸컷. / NEW 제공

이종언 감독은 지난 18일 진행된 ‘생일’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2015년 자원봉사를 하게 됐다”라며 “그곳에서 유가족들을 만나고 생일 모임을 같이 준비했다. 한 아이의 생일 모임을 하기 위해서는 3주 정도 미리 만나고 많은 준비를 하게 된다. 만나다 보면 더 많은 걸 알게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감독은 “그런데 그때 당시 (세월호 사건이) 오래되지 않았을 시기였는데 매체에서 (참사에 대한) 피로도를 얘기하는 게 마음이 안 좋았다”라며 “지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면 오해가 생기지 않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영화 ‘생일’을 기획한 의도를 밝혔다.

이어 “사실 시작할 때 걱정은 많았지만 만들려고 하는 마음은 확고했다”라며 “저의 그런 확고함보다 놀랍고 감사한 것은 이런 영화를 써서 갖고 갔을 때 만들겠다고 한 제작자들, 투자하겠다고 나선 투자자들, 여기 계신 두 분(설경구·전도연)은 말할 것도 없다. 스태프들도 대단한 용기와 함께 최선을 다했다. 너무 감사할 뿐이다”고 함께 작업한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생일’에서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로 분한 설경구 스틸컷. / NEW 제공
‘생일’에서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로 분한 설경구 스틸컷. / NEW 제공

세월호 사건은 전 국민에 트라우마를 안긴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참사다. 유가족의 아픔에 비할 것은 아니겠지만,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아파하고 슬퍼했다. 이종언 감독은 유가족의 이야기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수호네 집은 연립이다”라며 “실제로 단원고 학교 앞에 연립이 굉장히 많다. 아이들이 다 단원고를 다녀서 한꺼번에 여러 명의 아이들이 우리 곁을 떠났고 여러 곳에서 곡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다 같이 울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옆집에 계신 분들이 힘들어했다”면서 “그럴 수 있지 않나. 유가족도 있지만, 옆집에 사는 사람도 있고, 우리도 있고 다 있다. 한 사건이 아주 평범한 삶을 살던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하게 만들었는지,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것을 있는 그대로 옮기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조금 더한다면 상처가 큰 분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상업적인 소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종언 감독은 “많이 걱정하면서 시작했다”라며 “그중에서도 끝나는 순간까지 가장 걱정했던 점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어도 또 다른 상처가 생겨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면서 ‘생일’이 누군가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길 바랐다고 전했다.

‘생일’에서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쳐낸 설경구(왼쪽)과 전도현 스틸컷. / NEW 제공
‘생일’에서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쳐낸 설경구(왼쪽)과 전도현 스틸컷. / NEW 제공

이 감독은 “아마 보기 어렵고 마주하기 힘들 것 같다고 하시는 건 그만큼 많이 힘들기 때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당연히 그렇게 말할 수 있고 그런 분이 굉장히 많을 것 같다. 우린 다들 너무 힘들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먼저 오실 수 있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렇게 와서 보시고, 보시고 나면 단지 슬프기만 하고 단지 힘들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걸 직접 느끼기고 또 다른 누군가를 데려오고 소개하고 그럴 수 있을지 않을까 기대하고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설경구와 전도연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생일’을 택했다. 설경구는 “‘생일’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촬영할 수 있는 스케줄이 안됐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생각이 고쳐먹었다”라며 “스케줄을 조정해서라도 해야 될 것 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참사가 있은 후에 시인은 시를 썼고 소설가는 소설을 썼고, 노래를 만들고 노래를 불렀는데 ‘(영화는) 왜 없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 끝에 스케줄을 조정하고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전도연은 “이 슬픔이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고사도 했었다”라며 “그런데 이 이야기가 굉장히 진정성 있었고, 앞으로 살아가야 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로 우리 곁을 떠난 아이들의 생일, 그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추억하는 생일 모임을 모티브로 했다. / NEW 제공
‘생일’은 세월호 참사로 우리 곁을 떠난 아이들의 생일, 그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추억하는 생일 모임을 모티브로 했다. / NEW 제공

또 설경구와 전도연은 ‘생일’이 슬프고 아프기만 한 영화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위안 받는 과정을 통해 앞으로 살아갈 힘을 주는 영화가 되기를 바랐다.

설경구는 “저희들이 초대하는 생일 모임에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라며 “힘이 돼주고 응원해주고 위로를 할 수 있어야 자기도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 국민적 트라우마가 있는 참사다. 각자 아픔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희 영화에서도 상처받은 사람이 상처받은 사람을 위로하고 위안 받는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위로받고 위안 받으면서 작은 하나의 물결이 돼서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전도현은 “오늘 아침에 감독한테 문자가 왔다. 너무 떨린다고. 나도 그랬다”고 긴장된 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이종언 감독이 이 작품을 만들려고 했을 때, 만들었을 때, 그리고 만들고 난 지금도 다 같이 붙잡고 아프자고 만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아픔을 딛고서 다시 잘 살아보자는 힘이 생길 수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믿는다”고 진심을 내비쳤다.

극중 전도연이 연기한 순남은 아들 수호의 생일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아들이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호도 올 거다”라는 남편 정일의 말에 순남은 용기를 낸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로소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고 앞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사람들의 추억 속 수호의 이야기를 듣고 울고, 웃으며 위로받는다. 그러면서 순남은 “왜 (생일 모임을) 안 한다고 했나 싶다”고 이야기한다.

영화 ‘생일’도 그렇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리고 눈물이 흘러나오지만, 전도현의 말처럼 아프고 힘들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마주하기 전까진 두렵고 외면하고 싶었지만, 마주하고 나니 용기가 생기고, 위로를 받는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많은 관객들이 이렇게 말할 듯싶다. “왜 안 본다고 했나 싶다”라고. 러닝타임 120분. 오는 4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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