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케미칼이 다가오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승철 전 전경련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할 예정이다. /뉴시스
KG케미칼이 다가오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승철 전 전경련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할 예정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비료 등을 제조하는 중견기업 KG케미칼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이승철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으로 큰 파문 및 공분을 일으켰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KG케미칼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 이승철 전 부회장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승철 전 부회장은 임기 만료를 앞둔 임동열 현 사외이사의 자리를 대체하게 될 전망이다.

이승철 전 부회장은 2016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인물 중 하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한 축이었던 전경련의 K스포츠·미르재단 설립 및 지원에 있어 실무적인 역할을 맡았다.

특히 이승철 부회장은 연이은 말바꾸기로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사태 초기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재단 설립 및 모금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했고, 청와대의 외압은 없었다”고 답하며 곤란한 질문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중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해 국회의원은 물론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런데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인 12월 국회 청문회에서는 재단 설립 및 지원이 청와대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고 말을 바꿨다. 이어 최순실 및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안종범 수석으로부터 위증 요구를 받았다”고 밝히며 모든 것이 청와대 주도로 이뤄졌음을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이승철 전 부회장은 재단 설립에 참여한 대다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법적 책임을 지진 않았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이 벌어질 수 있게 방조 및 동조한 도의적 책임까지 피하긴 어려웠다. 더욱이 이승철 전 부회장은 안종범 전 수석의 위증 요구를 고스란히 따르며 사건 무마 시도에도 동조한 인물이었다.

이처럼 정경유착의 중심에 서 있다 전경련을 몰락의 길로 접어들게 만든 이승철 부회장은 사퇴 이후 20억원의 퇴직금과 더불어 거액의 격려금 및 고문직을 요구해 또 한 번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진 것은 불과 2~3년 전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촉발시킨 적폐청산 움직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촛불민심에 의해 세워진 정권도 아직 한창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고, 아직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다. 이승철 전 부회장 역시 여전히 증인으로 재판에 참석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 이승철 전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세간의 고운 시선을 받기 어렵다. 오히려 기업 입장에선 논란의 인물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것이 여러모로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이승철 전 부회장의 과거 행적은 사외이사로의 적절성에도 물음표가 붙게 만든다. 사외이사는 오너 및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다. 하지만 전경련 부회장으로서 그가 남긴 모습은 이러한 역할과 거리가 멀다.

이러한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KG케미칼이 이승철 전 부회장 영입에 나서는 이유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KG케미칼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으로, 구체적인 배경 등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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