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합동브리핑을 열고,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뉴시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합동브리핑을 열고,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최근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들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지 하루 만에 이뤄진 전격적인 행보다.

◇ 각계각층 부패범죄 척결 의지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진행 중인 상황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현재 법무부는 산하 과거사위원회를 통해 ‘장자연·김학의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행안부 소속의 경찰은 ‘버닝썬’ 관련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장자연·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추가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과거사위가 건의한 대로 활동기간을 2개월간 연장하기로 했다”며 “조사를 통해 진상규명 작업을 계속 진행하되 동시에 드러나는 범죄사실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로 전환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도 “‘버닝썬’ 사태부터 ‘승리·정준영 사건’까지 경찰의 모든 역량을 가동해 철두철미한 수사를 하겠다”면서 “일부 경찰관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데 대국민 사과를 하고 비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하며, 특권층의 반사회적 퇴폐 문화를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대대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장자연 사건의 경우 정치인과 특정 언론사 대표가 연루돼 있으며,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은 검찰 내부의 폐단은 물론이고 정치인, 고위공직자, 군 고위직, 기업대표, 대학교수까지 조사대상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김 전 차관 인선에 최순실이 관여했다는 진술까지 나오면서, 전 정권 핵심인사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버닝썬 사건은 마약부터 성상납, 불법촬영 및 유포, 연예인과 경찰의 유착 등 다양한 혐의들이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다. 작은 폭력사건에서 시작해 새로운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형국이다. 경찰의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또 다른 혐의들이 추가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그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한국당은 ‘적폐몰이’로 의심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정권 차원의 '적폐몰이'라고 의심했다. /뉴시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정권 차원의 '적폐몰이'라고 의심했다. /뉴시스

민주당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과거사 진상규명과 함께 검경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설치 등 권력기관 개혁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를 통해 “버닝썬·장자연·김학의 세 사건의 본질은 소수 특권층이 저지른 비리 범죄이고 공권력의 유착, 은폐, 왜곡 의혹이 제기되는 데 있다”면서 “경찰과 검찰 고위직이 연루된 사건은 수사는 공수처와 같은 독립적 기구에서 이뤄져야 하며,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수사기관 상호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큰 사건들인 만큼, 결과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국민이 문재인 정부에 기대하는 ‘정의와 공정’이라는 가치에도 합치하는 측면이 있다. 18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높은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모토가 ‘사람이 먼저’이고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특권층들의 일탈로 문제가 발생했고 과거 권력들이 이를 비호했다면 참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치공학 차원 보다는 자연인 문재인이 가지고 있는 성품들이 반영된 것 같다”며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정권 차원의 이른바 ‘적폐몰이’로 의심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총회를 소집한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또다시 과거와의 전쟁 칼날을 뽑았다”며 “최측근의 댓글공작 의혹과 손혜원 게이트, 블랙리스트 사건에는 비겁한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이제는 결국 여론반전을 위한 적폐몰이에 들어간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많은 국민들은 일단 본인이 먼저 딸 문다혜 출국 그리고 손혜원, 김태우, 신재민 사건 등 국민의 의혹이 큰 사건들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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