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유독 그의 재판에서 ‘이례적’으로 평가될 만한 일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 뉴시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유독 그의 재판에서 ‘이례적’으로 평가될 만한 일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재판부는 굉장히 이례적이지만 검사나 피고인, 국민 여러분의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고 향후 공정한 재판을 위해 부득이하게 이 사건에 임하는 재판 본질이나 항소심 일반 원칙을 먼저 말해야겠다.”

서울고법 형사2부 차문호 부장판사가 19일 열린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첫 공판을 시작하며 꺼낸 말이다. 그의 말처럼 ‘이례적’인 경우다. 그 만큼 이번 재판에 부담이 크다는 방증이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지면서 차문호 판사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했던 게 사실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재직할 당시 전속재판연구관을 지낸 경력이 문제가 됐다. 일각에선 공정성을 우려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무죄를 예단하거나 엄벌하라는 압박으로” 느껴졌다.

◇ 재판부 입장 발표-23년만의 징역형-현직 지사 구속

차문호 판사는 “국민께 송구한 마음에, 사법 신뢰를 위해, 피고인이 좀 더 편안하게 재판을 받게 하기 위해” 재판을 맡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현행법상 배당을 피할 수 없었다. 법원이 무작위 전산 배당한 결과다. 이에 따라 차문호 판사는 김경수 지사가 재판부와 연고 관계가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길 바랐다. 그래야 재판부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방법은 피고인의 재판부 기피 신청이다. 그는 김경수 지사를 향해 “향후 재판 과정에서 불공정 우려가 있으면 종결 전까지 얼마든지 기피 신청을 하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본격적인 공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힌 것도 이례적이나, 기피 신청을 직접 권유한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재판에 임하는 각오도 남달랐다. 차문호 판사는 김경수 지사가 재판부 교체를 위해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거나 기피 신청을 하지 않은데 대해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해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면서 “이 사건에서 어떤 예단도 갖지 않고, 공정성을 전혀 잃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수 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경수 지사의 항소심 재판을 맡게 된 서울고법 형사2부는 19일 첫 공판을 열고 “이 사건에서 어떤 예단도 갖지 않고, 공정성을 전혀 잃지 않고 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뉴시스
김경수 지사의 항소심 재판을 맡게 된 서울고법 형사2부는 19일 첫 공판을 열고 “이 사건에서 어떤 예단도 갖지 않고, 공정성을 전혀 잃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뉴시스

재판부의 이와 같은 모습은 김경수 지사 측에게 긍정적으로 해석될 만하다. 1심 과정에서 나타난 ‘이례적’ 상황들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 재판부는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하며 현직 도지사를 법정 구속했다. 그 동안의 판례를 살펴볼 때, 김경수 지사가 선고받은 징역 2년은 해당 혐의에 대한 처벌조항이 만들어진 뒤 23년여 만에 가장 무거운 처벌이다. 그간 벌금형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때문에 김경수 지사 측 주변에서도 집행유예를 예상했다가 실형 선고로 깜짝 놀랐다.

더욱이 현직 도지사의 법정 구속은 공정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그것이 결국 도정 공백을 막고 도민들의 피해를 막는 길이기도 했다.

전임자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현직 도지사라는 이유로 구속을 면했다. 하지만 김경수 지사를 구속시킨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인다’는 표현을 81차례 사용하며 유죄에 힘을 실었다. 이 또한 이례적인 경우다.

재판은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유무죄를 판단해야 한다. 이번 재판의 경우 직접 증거가 부족했던 터라,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따져보는 게 중요했다.

그러나 판결문에는 “범행의 직접적 이익을 얻는 사람은 김 지사를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로 보인다”거나 “김 지사 승인을 받고 킹크랩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식의 심증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편향된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항소심을 맡게 된 재판부는 이날 “1심이 잘못한 것은 없는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심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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