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이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로 돌아왔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배우 이선균이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로 돌아왔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이선균이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로 관객과 만났다.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 감고, 범죄는 사주해 온 악질경찰 필호로 분했다. 필호는 차갑고 악한 인물이다. 하지만 동시에 연민과 공감대를 자극한다. 악함과 선함, 냉혈한 속 인간미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필호를 더욱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한 이선균의 열연 덕이다.

오늘(20일) 개봉한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 감는 쓰레기 같은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 분)가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범죄 드라마다. 영화 ‘아저씨’(2010)로 한국 액션 영화의 새 지평을 연 이정범 감독이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범인을 잡아야 하는 경찰이 뻔뻔하게 범행을 저지르며 시작되는 ‘악질경찰’은 밑바닥 인생을 사는 주인공이 어른답지 않은 어른들에 의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아이들을 통해 변모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극중 이선균은 악질 경찰 조필호로 분해 날 선 눈빛과 악덕한 표정, 어떤 위기도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는 비열함까지 완벽 소화한다. 특히 더 나쁜 악의 존재에 맞서 변화하는 필호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담아내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악질경찰’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여러 가지 부침이 있었다. 2015년 기획됐지만, 투자와 캐스팅에 난항을 겪었다. 2017년 여름 크랭크업했지만, 이제야 관객과 만나게 됐다. 2014년 온 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를 상업영화 소재로 차용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선균이 우여곡절 끝에 개봉하는 ‘악질경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이선균이 우여곡절 끝에 개봉하는 ‘악질경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이선균은 “개봉하는 것 자체가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개봉을 앞둔 소감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영화였다. 기획 단계부터 너무 많은 고민을 했고, 투자 받고 제작 들어가는 것도 힘든 영화였다. 그래서 그만큼 더 치열하게, 열심히 찍었던 작품이다. 완성 후에도 고민할 부분이 있어서 조금 늦게 개봉하게 됐는데, 뭉클하다. (이정범) 감독이 얼마나 고민하고 열심히 했는지 진심을 알기 때문에 더 뭉클한 것 같다. 개봉하는 것 자체가 감격스럽고 좋기도 하고, 다른 영화보다 조금 더 애착이 간다.”

-캐스팅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악질경찰’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난항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몇몇 배우들이 거절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한테 (감독이 시나리오를) 줄 때도 ‘조금이라도 부담을 느끼면 괜찮으니까 거절해도 된다’고 마음 편하게 말해줬다. 인간적으로 형(이정범 감독)을 믿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돌아돌아 왔지만 이 시나리오가 내게 주어졌다는 것이 굉장히 고마웠다. 나한테는 (세월호 소재가) 크게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이 있지 않았다. 세월호를 전면에 갖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떤 어른인가에 대한 각성을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감독이 하고자 하는 진심이 들어간 이야기라는 생각에 큰 부담은 없었다. 이정범이라는 감독과 사람을 믿었기 때문에 주저함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정범 감독과 친분이 두터운데, 작품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많은 대화를 나눴을 것 같다. 어떤 대화를 나눴나.
“(이정범 감독과) 함께 작품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인간적으로, 감독으로 의지하고 믿는 분이다. 들어가기 전에 여러 가지 부침이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많았다. 민감한 소재가 상업영화 안에 들어가다 보니 영화적 재미도 놓치면 안 됐다.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것 같다.”

이선균이 ‘악질경찰’에서 악질 경찰 필호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이선균이 ‘악질경찰’에서 악질 경찰 필호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조필호는 악질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연민이 생기고 공감을 주는 캐릭터다. 필호를 어떻게 이해하고 공감했나. 
“물론 악질이고 나쁜 인간이지만, 빈틈이 있고 인간미가 있고 떨림이 있는 인물이다. 그래야 나중에 각성하는 효과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죄책감도 느끼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것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 나뿐만 아니라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이 못되고 나쁘고 저질이고 그런 인간들인데, 일부러 감독님이 그렇게 디자인한 것 같다. 미나(전소니 분)의 대사 중 ‘너희 같은 것도 어른이라고’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정말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에 자기들밖에 모르는 탐욕스러운 어른들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필호도 굉장히 질 나쁜 인간이지만 그래도 각성하고 균열이 있고, 인간미와 연민이 있는 인간으로 그려진 것 같다.”

-필호가 악하기만 한 인물이 아니라 관객을 설득시키면서 극을 끌고 가야 하는 캐릭터인 탓에 균형감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맞다. 아무리 못된 놈이지만 나중에 관객들이 필호에게 몰입해서 함께 가야했다. 이정범 감독이 잘 디자인한 것 같다. 뭐가 더 어렵고 쉽고 없다. 어떤 역할이 주어지느냐에 따라 내 것처럼 표현하는 게 숙제다. 사실 모든 캐릭터가 하기 전에는 쉬워 보이는데 하려고 보면 너무 어렵다. 하하.”

-이번 작품에서 유난히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전반적으로 극을 끌고 가야 하는 게 있었고, 오락 영화고 범죄 장르지만 민감한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마음가짐이 달랐다. (이정범) 감독도 마음가짐을 갖고 영화를 준비했고, 저 또한 필호를 준비할 때 여러 가지 생각을 갖고 임했던 것 같다. 액션도 많이 힘들었지만, (박)해준(권태주 역)이랑 같이 오랫동안 준비를 했다. 훈련도 받고 밥도 많이 먹고 친해지면서 합도 많이 맞추고 했다.”

이선균이 관객들에게 진심이 전해지길 바랐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이선균이 관객들에게 진심이 전해지길 바랐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너희 같은 것도 어른이라고’라는 미나의 대사에 이 영화의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판단해도 될까.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이정범) 감독이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자신한테 하는 질문인 것 같기도 하고. 모든 캐릭터들이 그렇게 질 나쁘고 욕을 많이 하는 어른, 인물로 표현이 된 것이 미나의 한마디에 강한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인 것 같다.

좋은 어른이라. 참 어려운 질문이다 시대에 맞게 잘 익어가는 인간(이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꼰대들 보면 과거 지향적이지 않나. 시기에 맞게, 부끄러움과 같이 여물어가는 게 좋은 어른인 것 같다. 좋은 향기가 나는 열매 같은, 굳이 강요하지 않아도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 인간이 한 인생을 살아가는 거니까 시대에 맞게 잘 어울리게 익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살고 있나.
“그렇게 살려고 노력 중이다. 배우라는 직업이 다른 직업에 비해 자기를 많이 돌이켜보는 직업이지 않나. 약간 힘들 때도 있고, 지칠 때도 있는데 그게 굉장히 큰 장점인 것 같다. 어떤 동력도 되는 것 같고.”

-‘악질경찰’ 언론배급시사회 후에 관객들에게 진심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어떤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나.
“세월호 참사를 상업영화에 이용했다고 생각하는 시선이 우려된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느끼는 분들도 있을 거다. 굳이 나쁜 인간들 나오는 이 드라마에 왜? 하지만 음악 하는 분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때 자신의 장르에 이야기를 넣듯이 (이정범) 감독이 하고자 하는 시작점은 사건과 위로와 치유에 있는 것 같다.

이것을 영화 안에 녹여지게 만드는 게 숙제였기 때문에, 더 많은 고민이 있는 영화였다. 많은 부침도 있었고 제한도 있었고 회유도 있었다. 하지만 뚝심 있게 (이정범) 감독이 지키고 갔다. 이제 관객들의 몫인 것 같다. 영화적 재미를 잘 보고 가시고, 영화가 던지는 질문을 한 번 더 돌이켜 보고 조금이라도 어떤 울림을 갖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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