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LCC면허 발급에서 배제된 에어필립이 존폐위기에 놓이고 있다. /에어필립
신규 LCC면허 발급에서 배제된 에어필립이 존폐위기에 놓이고 있다. /에어필립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50석 규모의 소형항공기를 운영하며 LCC업계 진출을 노렸던 에어필립이 존폐기로에 서게 됐다.

에어필립은 지난 15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유동성 악화에 따른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 안건을 통과시켰다. 신규 LCC면허 발급에 실패한 후폭풍으로 파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모습이다.

에어필립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신규 LCC면허 발급에서 배제됐다. 지난 5일, 국토교통부는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에 대해 LCC면허를 발급했지만, 에어필립의 이름은 없었다. 심사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엄일석 전 대표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구속된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가뜩이나 엄일석 전 대표의 구속으로 모기업인 필립에셋의 지원이 끊겨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던 에어필립은 LCC면허 발급 무산으로 모든 계획이 헝클어졌다. 면허 발급을 전제로 유치했던 750억원은 수포로 돌아갔고, 240여명에 달하던 직원은 30여명만 남아 사실상 ‘뒤처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 직원들은 무급휴직 상태이며, 1월부터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해 사직서를 낸 직원도 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또한 ‘올 스톱’ 상황이다. 지난 2월엔 국제선 노선, 지난 4일엔 국내선 노선의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항공사의 핵심요소인 항공기도 리스 반납 절차가 진행 중이다.

주주총회를 통해 기업회생절차에 나서기로 결정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필립의 지분 및 자금이 엄일석 전 대표의 소송과 관련해 추징보증에 묶여있고, 회생방안 마련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필립에셋을 통해 장외주식 거래 등 종합자산관리 사업을 영위해온 엄일석 전 대표는 2016년 헬기운송업체 블루에어를 인수한 뒤 이듬해 에어필립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소형항공기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이후 신규 LCC면허 취득에 도전하며 야심찬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장외주식 판매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에어필립 유상증자 과정에서 투자금을 가장납입하는 등의 혐의가 적발돼 구속되고 말았고, 에어필립 역시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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