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우정사업본부 우체국본부장이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방만경영에 따른 적자를 위탁택배원 구조조정으로 해결하는 우정사업본부의 방침에 청와대 또한 책임이 있다는 것. 우정사업본부는 이미 4년 전에도 한 차례 구조조정을 실시한바 있다. 아울러 최근엔 택배노조와 우체국물류지원단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마저도 파기하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 “우체국, 자가용 차량 투입에 노조파괴까지”

택배노동자들이 2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우정사업본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택배노조와 우체국물류지원단이 맺은 단체협약을 준수하라는 게 택배노조의 요구다. 또한 청와대를 향해 위탁택배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지시한 이유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날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진경호 우체국본부장은 “경영난 때문에 어렵다면서 위탁택배원들에게서 빼앗은 택배물품을 불법 자가용 번호판 차량을 투입해 배달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불법 자가용 번호판 차량에 기존 위탁택배원에 지급했던 수수료(1,166원)보다 434원을 더 지급하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어 “자가용 번호판 배송 행위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67조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불법행위”라며 “우체국물류지원단은 위탁택배원들 차량이 자가용 번호판일 경우 이를 이유로 해고하기도 했다. 즉, 우체국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택배노조는 또 오중량이나 합포장 등 일부 택배물품에 대한 배송수수료도 부족하게 지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택배물품의 무게가 10kg 초과할 경우 1,366원, 20kg 초과할 경우 1,566원을 지급받는다”면서 “하지만 최근 10kg 초과하는 택배물품이 10kg로 표기되거나 중량이 아예 표시되지 않는 사례가 잦아 지급받아야 할 추가 수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에 대한 보복 조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택배노조가 ‘토요일 135개 배달 투쟁’을 추진하자, 조합원들에게 평일에도 배달물량을 135개로 제한했다는 설명이다. 택배원들은 배송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는 체계로, 사실상 조합원들에 대한 생계 위협 조치라는 주장이다. 특히 택배노조는 이같은 조치들이 우체국물류지원단이 아닌 사실상 우정사업본부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택배노조와 단협을 체결한 곳은 우정사업본부가 아닌 우체국물류지원단인만큼, 본부에서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우정사업본부 우체국본부장이 20일 오후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뉴시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우정사업본부 우체국본부장이 20일 오후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뉴시스

◇ 단체협약 파기 논란도... “청와대가 답변하라”

최근에는 택배노조와 우체국물류지원단에 체결한 단체협약마저도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게 택배노조의 주장이다. 지난 2월 말 분류작업노동자 300명이 계약해지 되면서 ‘혼합파렛 개선 노력’을 담은 단협이 사실상 파기됐다는 것. 혼합파렛이란 분류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택배물량이 위탁배달원들에게 잘못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배달원들은 추가로 분류 작업을 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택배노조와 우체국물류지원단은 단체협약(제6조)를 통해 ‘혼합파렛 해소를 위해 물량 추가구분 등을 최대한 노력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오히려 분류 인력을 집단해고 했다는 지적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오는 7월부터 집배원 중 택배만 전담해 배달하는 ‘소포팀’을 구성한다. 노조 측은 “이 경우 배송구역 조정 작업에서 위탁택배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짜여질 수 있다”면서 “이 역시 단협 제7조에 명백히 위반하는 내용이다. 지원단은 소포배달 정책변경 및 배달구역 조정 시 1개월 전에 조합원에게 통보하고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체국물류지원단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토요일 135개 배달 투쟁은 자칫 태업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또한 요일별로 배달 물량을 다르게 책정할 수도 없어 부득이 평일에도 135개로 조정을 했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1~2대 정도 자가용 차량을 배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청와대에 위탁택배원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이유와 구체적인 향후 계획에 대해 답변을 요구한다”면서 “아울러 우정사업본부 또한 더 이상 적자경영을 위탁택배원들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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